대법원이 대한불교조계종 전 중앙종회의원 영담 스님에 대한 조계종의 공권정지 10년·법계 강등 징계처분 및 석왕사 주지 해임처분에 ‘무효’를 확정판결했다. “종교단체 내부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사법부 오랜 관례를 바로잡은 고등법원 이례적 판결을 확정한 것이다. ‘촛불 혁명시대’에 적절한 민주적이고 공정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고등법원 재판부는 “단체에 대한 구성원의 건전한 비판은 언제나 허용돼야 하며 이는 종교단체라 하더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전제로 “현 집행부에 대한 비판을 근거로 징계하면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는 취지로 판결한 바 있다.
정교분리라고 해서 헌법 밖에 조계종의 규정이 있는 게 아니다. 조계종의 규정은 법령 아래에 있는 일개 단체의 내부 규정일 따름이다. 아울러 조계종이 종단의 각종 법계와 부정부패를 비판하는 인사에게는 가혹한 처벌을, 권력층과 가까운 이들에게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리는 등 원칙 없는 규정집행을 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분쟁을 해결해야 할 조계종의 규정이 오히려 분쟁의 씨앗이 되는 비(非)불교 아니 반(反)불교적인 일을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법치국가인 정의로운 대한민국에는 그 어떤 종교단체도 초법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도 법체계를 무시하는 잘못된 생각이 오늘날의 분란을 불러온 것일 수 있다.
조계종이 판결에 불복하자 영담 스님에 대한 징계사항을 삭제하지 않으면 1일당 500만원씩을 물어줘야 한다는 민사 법원의 결정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영담 스님이 쌍계사 중앙종회의원에 입후보했다. 조계종이 이제라도 법에 따라 영담 스님의 후보 등록을 받아들이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바로 바로 복권해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 법원의 판결에 따르지 않는다면, 재가불자들이라도 ‘대한불교조계종’에서 ‘대한불교’라는 네 글자를 떼라는 소송을 걸어야 할 듯싶다. 이참에 종교가 법 아니 국가 위에 군림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는 성직자들을 징계해야 한다는 한 재가신자의 말에 동감이 가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