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 칼럼] ​남북 정상회담과 백두산의 추억

2018-09-2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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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산' 아닌 '백두산' 오르는 남북 정상, "민족의 자존심 지켜야"

남·북·미·중 소통 가능해야 동북아 진정한 평화 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저녁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필자가 백두산을 처음 방문한 것은 1999년 봄이었다. 당시 백두산은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고 함께 했던 30여명의 방문단은 엉금엉금 기어오르다 눈 덮인 장백폭포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썰매를 타듯 하산해야만 했다. 이후 총 다섯 번의 백두산 방문에서 천지까지 오른 것은 두 번에 불과했다. 매번 기후가 문제였다. 두 번은 날씨가 맑아져 중도에 포기했던 경험을 뒤로 하고 천지까지 오를 수 있었다. 당시 중국의 친구들은 운이 좋았다고 했다.

◇ 다시 짚어보는 모란봉 악단의 베이징 방문과 철수의 이유 
2015년 12월 현송월이 지휘하는 ‘모란봉 악단’이 중국 베이징에 나타났다. 12월 11일 리허설 도중 북·중 관계자들 사이에서 말다툼이 벌어졌다. 그 다음날 현송월은 단원들을 인솔하여 베이징을 떠났고,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한참 지나 밝혀진 이유는 다음과 같다. 중국은 '죽어도 혁명 신념 버리지 말자', '우리는 누구도 두렵지 않아', (미사일 개발의 의지를 담은) ‘단숨에’  등 일부 곡을 연주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현송월은 “우리 공연은 원수님(김정은)께서 직접 지도하신 작품이므로 점 하나 토 하나 뺄 수 없다”고 응수했고 중국의 거부에 결국 철수를 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외에 필자가 아는 결정적인 이유가 또 있다.

모란봉 악단의 공연 배경에 ‘백두산’ 그림이 있었는데, 중국은 이를 ‘장백산’으로 표기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현송월은 거부했고, 철수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왜 지금 이 시점에 필자가 알고 있던 이러한 이야기를 공개하는가를 독자, 특히 정부 관련 인사는 주의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 남북 정상의 백두산 교류가 갖는 의미

2017년 내내 필자가 베이징에서 열린 TV토론과 공개 포럼 및 비공개 좌담회에서 강조했던 것은 단 한 가지였다. 바로 “반드시 한반도의 전쟁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베이징의 지인들은 필자의 말을 웃어 넘겼다. 그리고 그들은 2017년 말이 되자 필자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 들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모두가 놀란 ‘평창외교’를 계기로 남북·북미·한중·북중 양자 관계가 크게 개선됐고, 제3차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게 됐다. 

중국은 남북 정상이 ‘백두산’ 정상에 올라 교류하는 모습과 소식을 전하며 장소를 ‘장백산’ 정상이라고 표현할 것이다. 하지만 ‘백두산’ 정상이다. 백두산은 북한의 영역이고, 북·중 국경을 넘어야 비로소 ‘장백산’에 도달할 수 있다. 남북 정상이 굳이 ‘장백산’까지 갈 이유도 없다. 정치는 국내와 국외를 모두 고려해야 하지만, 민족은 하나고 민족의 자존심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 민족의 자율성은 스스로 갖는 것

지금부터 우리 민족이 유의해야 할 점은 두 가지이다. 우선 ‘감정적’인 생각은 최대한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이성적’ 사고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동시에 민족의 미래를 위해 남북이 진심으로 소통해야 한다.

또, 우리의 분단이 결국 주변국의 이익과 행복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었나를 자각해야 한다. 우리 시대의 아픔을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지 않도록 지금부터 움직여야 한다.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적으로 바로 잡은 평양 정상회담 선언은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사명이자 임무, 그리고 책임이다.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라는 말이 어제까지는 모순이었지만 이제부터는 실천할 구체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 비무장지대가 가장 밀집된 무장지대라는 모순을 어떻게 우리의 아들, 딸들에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민족의 자율성은 스스로 얻어야 한다. 

◇ 중국의 변화도 주목해야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한 말이 회자되고 있다.

당시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남·북·미”라고 말했다. 의도가 무엇이든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협상이 지연되는 것을 두고 직접 중국을 겨냥해 제시한 ‘중국배후론’에 대한 변명이라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그리고 이는 미·중 무역전쟁과도 연관된다.

최근 미·중 무역갈등은 확전(擴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결국 지난 몇 년간 필자가 강조한 것처럼 미국의 대만카드와 중국의 북한카드가 ‘등가교환법칙’으로 교환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 카드 교환이 성립되면, 미·중 양국은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으려 할 수도 있다. 그만큼 ‘빅딜 카드’의 교환이 임박했고 중국은 이제서야 ‘미·중 빅딜’에 대한 접근법을 이해했다는 생각이다.

필자는 중국 지인들에게 매번 묻는다. “왜 중국이 지금에 와서 소련의 위치를 차지하려고 하는가?”라고. 이는 “중국은 왜 미국과 동맹관계를 원하지 않는가?”로 해석할 수 있다. ‘한·미 동맹’과 ‘북·중 동맹’이 ‘남·북·미·중 동맹’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동북아 평화체제가 성립되고, 누구나 바라는 동북아 경협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다. 

 

[김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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