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의 제조업이 급속 성장하는 가운데 동남아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서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로 주목 받고 있다.
2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일본경제연구센터(JCER)가 집계하는 동남아 5대 경제국(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의 제조업 생산지수(manufacturing production index)는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6.2% 상승했다. 제조업 생산량을 기반으로 측정되는 이 지수는 현지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다.
다만 생산량을 절대치로 따졌을 때에는 아직까지 동남아가 중국에 크게 못 미친다. 일례로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는 1406만대의 차량이 생산됐는데 같은 기간 동남아 생산량의 7배에 달한다.
그러나 동남아의 제조업 생산지수 상승률은 점차 가팔라지는 반면 중국은 둔화되는 추세다. 중국은 2010년 15.7%로 최고치를 찍은 뒤 올해 상반기에는 6.9%까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중국의 인건비가 점차 높아지면서 중국에 생산시지를 둔 기업들이 다른 지역을 물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독일 자동차업체 BMW는 일부 모델을 태국에서 생산해 중국으로 수출한다. 노동집중적인 산업의 경우에는 인건비가 낮은 베트남과 필리핀이 각광을 받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도 동남아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1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430여 곳의 미국 기업 중 1/3 은 미중 무역전쟁 여파를 우려해 생산기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은 동남아였다.
동남아는 5대 경제국의 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5.3%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제도 개혁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 순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생산비가 낮고 사업장이 잘 정비되어 있으며 세계 최대 시장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도 동남아의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중국산 제품이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동남아 제품의 대미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베트남의 가전제품 업체 캥거루그룹의 느구옌 탄 푸엉 CEO는 "중국업체에게 물건을 공급받던 미국 기업들로부터 주문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올해 하반기 대미 매출이 10%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태국의 전자제품 업체인 스타 마이크로일렉트릭스의 코라타크 위라대차 이사 역시 미중 통상갈등과 주문이 연동되는 현상에 주목하면서 "2017년보다 주문이 15% 늘었는데 이런 추세가 올해 하반기에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