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제2의 마윈' 나오기 어렵다"…이유는?

2018-09-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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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中 성장둔화·정치지형 변화 등 꼽아…"中지도부 통제가 최대 장애물"

마윈 알리바바 회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최근 1년 뒤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영어교사 출신인 그는 알리바바를 떠나 교육·자선사업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흙수저'이자 '컴맹'에 가까웠던 마 회장이 알리바바의 성공을 이끈 건 그야말로 '신화'와 다름없다. 그는 2013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알리바바가 이듬해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로 미국 뉴욕증시에 데뷔한 뒤 이 회사 주가는 공모가의 2배로 뛰었다. 마 회장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배경이 됐음은 물론이다.
마 회장의 은퇴 선언 뒤 중국 인터넷시장을 누가 주도할지를 두고 곳곳에서 추측이 난무했다. 바이두와 텐센트 등 알리바바와 함께 'BAT'라고 불리는 중국 대표 기술 기업 수장 등이 주목받았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지난 15일자 최신호에서 중국에서 '제2의 마윈'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초고속 성장세가 재현될 수 없다는 걸 첫 번째 이유로 들었다. 마 회장이 동료 17명과 중국 항저우에서 알리바바를 창업한 건 1999년의 일이다. 1990년대 초 중국의 급격한 성장세가 한참 기울 때였다. 반전은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일어났다. 알리바바 설립 당시 3000달러를 밑돌던 중국의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최근까지 6배 넘게 불어났다. 2000년대 들어 수년간 10%가 넘는 성장률을 이어온 결과다.

그 사이 중국의 인터넷 인구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999년 미국에서는 인터넷 혁명에서 비롯된 닷컴버블이 한창이었다. 당시 미국의 인터넷 사용 인구 비중은 36%에 달했지만, 중국은 1%도 안 됐다. 경제 성장과 함께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중국은 세계 최대 인터넷 대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에서 인터넷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엔 중소업체들이 몰려들었다. 알리바바를 판로로 쓰는 업체가 최근 100만 곳에 달한다. 지난해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11월 11일)'에 알리바바는 250억 달러(약 28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은 50억 달러에 불과했다.

알리바바는 기세를 몰아 소매는 물론 물류·금융업에도 진출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하루 5500만 개의 택배를 소화했고, 금융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은 중국 모바일 결제시장의 절반을 장악했다.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들이 독립 회사를 꾸리는 대신 알리바바와 손잡는 걸 선호할 정도다.

중국 경제가 초고속 성장세를 뒤로 하고 성장둔화에 빠지는 동안 정치지형도 크게 바뀌었다. 마 회장은 중국 정치 권력의 핵심인 공산당을 다루는 데 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까우면서도 거리감을 유지하는 데 탁월했다. 덕분에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정치권력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업을 키울 수 있었다. 그가 중국 정부에 대해 "사랑하되, 결혼하지는 말라"고 한 말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시진핑 시대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시 주석이 이끄는 새 지도부는 비대해진 민간기업을 적대시했다. 잘 나가는 민간기업들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다. 중국 규제당국은 국유은행의 경쟁사로 부상한 앤트파이낸셜의 성장에도 제동을 걸었다.

중국 정부는 민간기업의 발목을 잡은 채 국가 주도로 첨단기술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벤처캐피털들이 민간기업이 주도해온 분야에 뛰어들었다. 중국 정부가 이들 펀드를 통해 민간 기술 대기업의 지분과 이사회 의석을 노린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통제를 강화하려 한다는 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서 마 회장이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고, 스타트업 투자가 여전히 활발하지만 20년 전의 그처럼 파괴적 혁신을 이루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알리바바의 독보적인 위상도 새로운 파괴적 혁신을 막는 요인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서 새로운 혁신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중국 지도부를 꼽았다. 중국 공산당이 주요 산업의 발달 초기부터 너무 관여하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래서는 중국이 마 회장만큼 대담하고 활기찬 새 기업가를 배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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