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7일(현지시간) 안도의 한숨을 쓸어 내렸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에어팟, 애플워치 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발표한 2000억 달러 규모의 대중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플의 근심은 끝나지 않았다. 중국의 보복 조치에 애플이 최대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한 10% 관세를 강행하면서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애플은 특히 취약한 위치에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증시 마감 후 관세 부과를 발표한다는 소식이 나온 영향에 17일 애플 주가는 2.7%나 미끄러졌다.
문제는 중국의 보복 조치다. 중국은 대미 수출 규모에 비해 미국산 제품의 수입 규모가 훨씬 적기 때문에 관세로 미국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중국 관리들이 미국 기업들에 필수적인 중간재·부품 등의 공급 제한을 보복 조치로 거론하는 이유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애플이 중국 업체들로부터 필수 부품을 조달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스탠포드번스타인앤코의 토니 사코나기 애널리스트는 지적했다. 특히 이달 초 공개된 아이폰과 애플워치 신제품에 주문이 밀려드는 상황에서 애플이 제때 부품을 조달 받지 못할 경우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애플의 4분기 매출은 연간 매출의 1/3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무어인사이트의 마크 베나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연말까지 아이폰과 스마트워치의 주요 부품을 충분히 확보해 두어야 할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 중국의 보복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애플 제품이 미국의 대중 관세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이 이번 관세 조치에 보복으로 맞설 경우 추가로 연간 267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추가로 관세를 매기겠다고 거듭 경고했다. 이렇게 되면 중국에서 들여오는 모든 제품이 관세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마진률은 무척 높기 때문에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늘어난 비용을 흡수하기에 여타 기업들에 비해 유리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IHS마르킷의 웨인 램 애널리스트는 애플워치의 경우 관세로 인한 마진 손실을 40%가 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 외에도 중국에서 미국산 제품의 불매운동이 거세질 가능성도 애플에겐 큰 위협이다. 중국 시장은 애플 매출에 약 20%를 기여한다. 한편 중국 당국이 아이폰 등 애플 제품에 매기는 부가가치세율을 현행 16%에서 추가 인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