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악화일로'…'강대강' 새 국면 맞나

2018-09-1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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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추가 폭탄관세, 중국은 수출제한 '강경 일변도'…무역협상 재개 불발될 듯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미 전면전 양상인 미·중 무역전쟁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미국의 추가 폭탄관세에 중국은 미국 기업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로 맞불을 놓을 태세다.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으로 신흥국에서의 자금 이탈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중 간 무역 갈등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협상 재개와 폭탄관세라는 대중 '투트랙' 전략에서 공세 일변도로 돌아서는 사이, 협상 가능성을 기대하며 수세적인 입장을 취해온 중국에서도 대미 강경론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초에 새 폭탄관세 조치를 발표하면 미·중 무역협상이 무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한 고위 관리는 이 신문에 "중국은 머리에 총이 겨눠진 채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당초 워싱턴 DC에서 이번 주 실무협상에 이어 다음 주인 27~28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류허 중국 경제담당 부총리의 회담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부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 가능성도 거론됐다.

WSJ는 전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빠르면 17일이나 18일에 연간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폭탄관세 조치를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폭탄관세 조치는 이번이 세 번째가 된다. 미국은 지난 7월과 8월에 각각 340억 달러, 160억 달러 등 연간 5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물렸고, 중국도 똑같은 규모와 방식으로 보복했다.

새 폭탄관세의 세율은 국내 타격 등을 우려해 10% 선에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3차 폭탄관세 표적엔 처음으로 소비재가 대거 포함돼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 저하 우려로 반발이 컸다. 다만 중국이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를 비롯한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지 않으면 세율이 25%로 높아질 수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중국도 물러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중국 관리들은 지도부에 미국 기업에 대한 보복 조치로 수출제한을 제안했다고 한다. 미국 제조업 공급망에 핵심이 되는 원자재, 장비 등 중간재의 수출을 막는 식이다. 중국에서 조립되는 애플의 아이폰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중국 재정부장을 지낸 러우지웨이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외사위원회 주임도 이날 한 행사에서 중국이 이미 시행 중인 보복관세와 함께 미국에 대한 반격으로 '수출제한'을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보복관세가 아닌 수출제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건 관세로는 미국을 상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5000억 달러가 넘었지만, 미국의 대중 수출액은 1300억 달러에 불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간 2000억 달러에 이어 나머지 267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도 폭탄관세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물릴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 달리 중국은 더 이상 보복관세 카드를 쓸 수 없는 처지다. 중국이 미국의 새 폭탄관세에 맞서 연간 600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물리면, 미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의 80% 이상이 표적이 된다.   

문제는 미국의 폭탄관세 공세에 중국이 미국 기업을 보복 대상으로 삼으면 미·중 무역전쟁이 더 고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국이 그동안 중국을 밀어붙인 게 결국 시장을 개방하라는 압박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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