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안 그래도 불안한 신흥국 금융시장이 더욱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정대로 중국에 20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를 발표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시장의 우려를 키웠기 때문이다.
17일 중국 상해 A 지수를 비롯해 홍콩 항셍지수는 1%가 넘는 하락폭을 기록하면서 급락했으며, 코스피 지수도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아시아태평양(일본 제외) 지수 역시 1% 대의 하락폭을 보였다.
신흥국 시장은 최근 터키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의 통화 불안으로 변동성을 키워오고 있었다. 올해 들어 MSCI 신흥시장 통화지수는 7% 넘게 하락했다고 블룸버그는 지난 16일 전했다. 신흥국의 불안 저변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해 2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 있다. 고용 호조와 물가상승 속에 이달 25∼2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16일 전했다.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가속화하면서 12월에도 미국의 금리는 오르면서 신흥국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신흥국에서의 자금 이탈은 가속화하고 있으며, 부채상환 부담 증가로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달러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신흥국이 갚아야 할 빚의 규모는 커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흥국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무역전쟁은 각국의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신흥국이 직면한 주요 위험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터키와 아르헨티나의 위기가 세계의 다른 개발도상국들로 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 11일 인터뷰에서 "무역을 둘러싼 위협이 불러온 불확실성과 신뢰 부족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으며, 신흥국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인상 조치는 중국 경제 성장 둔화를 불러올 수 있으며, 이는 중국을 중심으로 상호 연결된 통합공급망을 가진 아시아 국가들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