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최장수 총리 등극 앞둔 아베…김빠진 자민당 총재선거

2018-09-1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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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자민당 총재 선거…아베, 이시바 전 간사장과 양자대결서 압승 전망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와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지난 10일 일본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앞두고 악수하기 위해 서로 손을 뻗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자민당이 오는 20일 총재 선거를 치른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 의회를 장악한 자민당의 총재 선거는 총리 선거나 마찬가지다. 아베 신조 총리와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의 양자대결인 이번 선거는 아베 총리가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베 총리가 이번에 3연임에 성공하면 2021년 9월까지 집권할 수 있다. 1차 내각(2006년 9월~2007년 9월), 2·3·4차 내각(2012년 12월~)에 추가 임기가 더해지면 아베 총리는 집권 기간이 약 10년으로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된다.
◆'눈사태 현상', 판박이 정책에 김빠진 선거전

이번 선거는 48년 만에 처음 있는 현직 총리와 대항마의 결전이다. 사실상 정부수반을 뽑는 선거지만, 일본에서는 그만한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른바 '눈사태 현상(雪崩現象)'을 문제삼았다. 과거 자민당 총재 선거는 치열한 파벌싸움이었지만, 요즘은 유력한 후보에게 눈사태처럼 지지가 몰린다는 것이다. 선거의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국회의원 405명과 4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당원 405명의 표로 결정된다. 아베 총리는 이미 국회의원 표 70%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는 자민당 내 기존 파벌이 분열을 겪어온 데다, 차기 지도자 육성도 지지부진했다고 꼬집었다. 내년 봄 지방선거와 참의원 선거를 앞둔 마당에 굳이 막강한 권력을 쥔 '현직'을 밀어내고 '선거의 얼굴'을 바꿀 이유도 없다는 지적이다.

아베 총리와 이시바 전 간사장이 내세운 정책이 대동소이하다는 점도 선거 분위기를 가라앉힌 요인으로 꼽힌다. 니혼게이자이는 이시바가 아베 2·3차 내각에서 자민당 간사장과 지방창생상을 지내는 등 정권의 중추에 있었기 때문에 수사학 수준의 차이 이상으로 정책이 동떨어질 리 없다고 지적했다.

◆경기부양 강조··· 아베 '대기업' vs 이시바 '중소기업'

아베 총리와 이시바 간사장 모두 경기부양을 화두로 던졌지만, 방법론은 조금씩 다르다.

아베 총리는 2차 내각 출범 때 공약한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경기부양책 '아베노믹스'를 계속 밀어붙일 태세다. 재정지출을 늘리고, 통화완화 공세를 지속하는 동시에 사회개혁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 기업들이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 데 따른 일본 증시의 활황과 맞물린 경기회복, 특히 수십년 만에 최대 수준이 된 일자리 수 등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일본의 지난 7월 실업률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은 2.5%에 그쳤고, 1인당 일자리 수를 나타내는 유효구인배율은 1974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1.63배를 기록했다. 아울러 일본은 지난 1분기 -0.9%였던 성장률(전분기 대비, 연율 환산)을 2분기에 3%로 끌어올렸다. 아베 총리는 이 같은 결실을 근거로 전처럼 중소기업과 지방에 대한 대기업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아베노믹스의 이익이 대기업에 돌아갔을 뿐, 임금노동자와 지방은 성장에서 소외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는 일본 노동시장이 초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임금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는 게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방증한다며, 중소기업과 지방에 대한 직접 부양을 강조한다. 이시바는 2012년 총재 선거에서도 아베와 겨뤘는데, 지방표에서 앞섰다.

이시바의 비판이 새로운 건 아니다. 아베 총리도 그동안 임금인상이 경기부양력을 높이는 열쇠라는 판단 아래 재계에 임금인상을 촉구했지만 효과가 미미했다. 더욱이 일본 실물경제를 주도하는 중소기업은 임금인상이 여의치 않았다.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와 이시바 전 간사장의 부양책은 따로 갈 게 아니라 상호보완 작용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평화헌법 개정 '집단 자위권 인정' 한목소리

이번 선거에서 주목받는 또 하나의 화두는 개헌이다. 아베 총리는 전쟁과 무력 사용을 포기하고 전력(군대)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헌법 9조 1·2항, 이른바 '평화헌법'을 유지하면서 자위대의 근거를 명기하는 개정을 추진해왔다.

그는 올해 자민당 시무식에서 "시대에 대응한 국가의 모습을 논의해 나가는 게 역사적 사명"이라며 개헌 논의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자민당 헌법 개정안을 올가을 임시국회에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개헌에서 더 중요한 건 자위대를 명기하는 것보다 재해 등에 대응하기 위한 총리의 긴급사태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며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전력 불보유를 규정한 9조 2항은 아예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 입헌민주당 헌법조사회의 야마오 시오리 사무국장은 최근 쓴 책에서 두 주장이 "본질적으로 헌법이 전면적인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개헌에 성공하려면 중·참 양의원에서 3분의2 이상의 지지를 얻은 뒤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아베, 정년연장·연금개혁도 추진··· 미·일 무역전쟁 우려도

예상대로 아베 총리가 승리하면 아베노믹스를 통해 추진한 재정·통화 부양책이 연장될 전망이다. 이에 더해 아베 총리는 고령화, 저출산 역풍에 맞서 생산가능인구를 늘리고 연금체제를 개혁하는 데 집중할 태세다. 정년을 늘리고 외국인 노동자를 더 받아들이는 한편,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추면 지급액을 높여주는 방안 등이 이미 논의돼 왔다.

외교정책에서도 큰 변화는 예상되지 않는다. 다만 아베 총리가 일본의 최장수 총리로 거듭나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공산이 크다. 그는 한동안 냉각됐던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0일 방북 결과를 설명하러 온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면담한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때가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가 최근 보호무역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자유무역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미국과의 관계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베 총리가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보호무역에 반기를 들었다며, 그가 이번 선거를 위해 '트럼프 카드'에 베팅한 셈이라고 풀이했다.

제임스 프리먼 WSJ 칼럼니스트는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한 통화에서 대일 무역적자에 불만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프리먼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물론 이 관계는 내가 그들(일본)에게 지불해야 할 액수를 말하자마자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아베의 개헌 드라이브가 한국·중국 등 주변국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현재로선 개헌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의 최근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3%가 "개헌안 제출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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