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 인사가 대만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 동상에 발길질을 한 것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민진당 정부로 향하고 있다. 이성적이고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대만 외교부의 발표에 대만 국민들은 분노를 참지 못했고, 중국 관영언론도 친일(親日) 성향이 강한 차이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지난 7일 위안부 동상 설치를 항의하기 위해 대만 타이난(台南)시를 방문한 16개 일본 단체의 대표 격인 후지이 미쓰히코가 위안부 동상을 향해 발길질을 했다고 대만 연합보가 10일 보도했다.
대만인들의 분노에 더욱 불을 지핀 것은 후이지의 어이없는 변명과 대만 정부의 태도다. 후이지가 위안부상을 발로 걷어찬 것이 아니라 장시간 이동으로 몸이 뻣뻣해져 스트레칭을 한 것이라 주장했고, 대만 외교부도 “사안의 정황을 확인한 후 평화적이고 이성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발표한 것.
국민당(야당) 정치인들과 대만 시민단체 회원 등 100여명은 10일 오후 타이베이(台北)시에 위치한 일본과 대만의 창구 기관인 일본대만교류협회 건물 앞에 계란을 던지며 경찰과 대치했다. 민진당 정부를 비판하는 길거리 시위도 벌어졌다.
중국도 이 같은 분위기에 힘을 보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0일 ‘일본인이 위안부 동상을 걷어 찬 것은 대만의 굴욕’ 이라는 제목의 사평을 통해 차이잉원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사평은 차이 정부의 ‘친일’태도가 이 같은 사태를 불러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우익단체 대표들은 절대로 중국과 한국 위안부 동상에 그런 행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대만의 굴욕’이라고도 표현했다.
앞서 차이 정부가 국민당의 위안부 동상 설치를 두고 대만 정부의 뜻이 아니라는 선을 그으며, 일본과 관계가 틀어질까 전전긍긍한 태도를 보인 게 후지이의 행동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의미다.
사평은 “일본이 인식하는 대만의 지위가 바닥까지 떨어졌다”며 “대만이 대외적으로 자존심을 되찾는 유일한 방법은 양안(兩岸·중국 대륙과 대만)의 화해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만 위안부 동상은 대만의 인권단체인 '타이난시 위안부 인권 평등 촉진협회'주최로 제작된 것으로, 지난달 대만 남부 타이난시 국민당 지부 부지에 건립됐다. 단발머리에 대만 전통의상을 입고 있으며 양손을 들어 일본군에 저항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