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만과 단교한 중남미 3개국 내 자국 대사를 소환하고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등 이례적인 행보로 중국을 견제하자 중국 관영언론은 즉각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만에게도 오히려 나쁜 일이라면서 현실을 직시하라고 조언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9일 '美 3국 대사 소환...대만 기뻐해야 할까, 두려워해야 할까'라는 제하의 사평을 통해 "미국이 중국을 전략적 견제 대상으로 보고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면서 "이러한 조치가 대만해협의 군사적 대립 등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대만은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미국 정부가 지난 7일(현지시간) 중국과의 수교를 위해 최근 대만과 단교한 도미니카공화국, 엘살바도르, 파나마 등 중남미 3개국 자국 대사를 소환한 것에 대해 "이는 미국이 취한 이례적인 조치로 대만의 외교적 고립을 막고 중국의 중남미 지역에서의 세력 확장을 경계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미국 상원의원은 지난 5일 대만의 외교적 고립을 막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해당 법안은 앞서 통과된 대만여행법보다 중국 견제 역량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구시보는 "중국은 미국의 앞마당에서의 '영향력의 담장'을 넘을 의도가 없지만 미국은 이미 중국을 전략적 적수로 보고 대만과 단교한 국가와의 수교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이러한 민감한 반응은 앞으로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만약 미국이 양안 갈등에 대한 개입 강도를 높이면 대만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지금까지 중국과 대만은 탁구의 '에지볼'처럼 선을 아슬아슬하게 지키는 방식으로 대립하고 외교 등에서 '줄다리기'를 이어왔는데 만약 미국이 '대만 독립'을 막기 위한 중국의 행동을 막으려 한다면 중국도 대만에 정면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군사적 충돌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만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문은 "중국 대륙의 십 수억 인구가 대만의 독립을 절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 인민해방군은 미국의 군사적 압박과 개입에 무력으로 대항해 대만을 수복할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만 독립 성향의 민진당이 집권해 대만 독립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중국도 인내심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대만은 '탈중국화'와 중국의 정치적 의지와 광대한 인민의 마지노선을 거스르는 도발행위를 멈춰야 하며 미국의 지지를 기반으로 중국에 반격하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대만 당국이 정신을 차리고 전략적 리스크를 전면적으로 평가해 조정에 나서야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할 수 없다는 차이잉원(蔡英文) 정권이 들어서면서 중국과 대만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중국은 정치·외교는 물론 경제, 군사적으로도 압박수위를 높였다.
특히 막강한 차이나머니를 기반으로 한 '금전외교'로 대만의 외교적 고립에 속도를 올리는 모양새다. 지난달 엘살바도르가 차이 총통 취임 이후 5번째, 올 들어 3번째로 대만과의 단교를 선언했다. 앞서 상투메 프린시페, 파나마, 도미니카, 부르키나파소 등이 대만의 손을 놓고 중국과 수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