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중 폭탄관세 강경론에 백악관은 '수위' 고심

2018-09-10 11:14
  • 글자크기 설정

트럼프, 2000억달러 이어 2670억달러 대중 폭탄관세 경고…중국산 제품 전체가 표적

백악관, 폭탄관세 수위 놓고 고심…2000억달러 '원샷' 적용, 10~25% 세율은 재량여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즉각적인 대중 추가 폭탄관세 조치를 벼르고 있지만, 백악관 관리들은 공세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월과 8월에 각각 340억 달러, 160억 달러 등 연간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물리기 시작했다. 중국도 똑같은 규모와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보복을 멈추지 않으면, 연간 2000억 달러어치를 추가 폭탄관세(세율 10~25%)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한 공청회가 끝나자마자 행동에 나설 태세라고 전했다. 공청회는 지난 6일 끝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3차 폭탄관세'로 중국을 더 압박하려 한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백악관 관리들은 공세의 수위를 두고 씨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더 격화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가장 호전적인 조치는 연간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즉시 25%의 추가 관세를 물리는 것이다. 공청회 과정에서 미국 업계의 반발이 가장 거셌던 방식이다. 비용부담과 함께 가격인상 부담이 커지는 데다 중국의 보복이 더 격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백악관 관리들은 자국 경제에 대한 역풍을 최소화하고, 중국과 대화할 여지를 남겨두기 위한 방식도 함께 논의 중이라고 한다. 연간 5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을 표적으로 삼되, 1·2차로 나눠 시간을 번 전례를 따르는 방식이다. 특정 품목의 세율을 10%로 낮출 가능성도 남아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7일 블룸버그TV와 한 회견에서 "우리는 규모, 세율, 부과시점 등을 결정할 것"이라며 "서두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등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대중 무역정책에 상대적으로 유연한 인물로 꼽힌다.

문제는 최근 미·중 무역협상이 실패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강경파(매파)가 우위를 점하게 됐다는 점이다. FT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같은 무역 강경파가 우세해지면서 대중 접근법이 더 강경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신문은 최근 돋보인 미국의 경제 지표와 증시 랠리는 보호무역정책이 경제와 금융시장에 이롭다는 트럼프의 신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프리 라이트 유라시아그룹 미국 담당 애널리스트는 최신 보고서에서 미국의 2000억 달러 폭탄관세가 한 번(one-shot)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그는 세율엔 재량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중국산 산업재에는 25%의 추가 관세를 물리되, 소비재에는 10%만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추가 폭탄관세 표적엔 처음으로 소비재가 대거 포함됐는데, 가격인상에 따른 소비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소비재에 한해 낮은 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정가 주변의 재계 로비스트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조금만 물러서도 대대적인 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큰 양보를 하지 않는 한 중국을 실질적인 대화의 장으로 불러내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고위 로비스트는 미국이 추가 폭탄관세 표적을 연간 1000억 달러어치로 줄이는 것보다, 추가 폭탄관세 자체를 보류하는 게 큰 양보가 될 것으로 봤다. 폭탄관세에 대한 중국의 부정적인 여론이 워낙 강해 여론에 민감한 중국 정부를 움직이기엔 폭탄관세 유예가 더 효과적인 카드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는 이날 오전 트위터에 쓴 글에서 "미국이 중국에 차를 팔면 25%의 세금을 낸다. 중국이 미국에 차를 팔면 2%의 세금을 낸다. 누가 이를 공정하다고 생각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다른 나라가 미국에 바가지를 씌우는 시절은 끝났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지난 7일 연간 2000억 달러에 이어 나머지인 연간 267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도 추가 관세를 물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을 모두 폭탄관세 대상으로 삼겠다는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8일에는 폭탄관세에 따른 소비재 가격 인상 가능성을 경고한 애플을 비난하며 중국 대신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라고 압박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