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협상 당사자들이 연내 합의를 목표로 30~31일(이하 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만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그간 관세 범위를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던 중국과 일본이 타협의 문을 열지 주목된다.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는 RCEP에 대해 "곧 터널 끝의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연내 협상 타결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고 비즈니스 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RCEP는 당초 2015년 합의를 목표로 2013년에 협상을 개시했지만 각국 입장차에 따라 결론을 내지 못하고 협상 시한이 연기됐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 무역주의를 앞세워 통상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무역 대안이 될지 주목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개정 협상 타결이 초읽기에 들어갔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이 진행되는 등 보호 무역주의에 대한 경계감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탓이다.
이번 협상 내용은 △ 농산물과 공업 제품 등의 관세 철폐 품목 비율 △ 해적판 단속 등 '지적 재산권' 범위 △ 투자·서비스 자유화 수준 △ 전자 상거래 규칙 검토 등 18개 분야에 달한다. 협상 당사국들은 조기 합의를 목표로 하자는 데 일단 동의한 상태다. 다만 관세 부과 범위를 두고 국가간 입장차가 여전한 만큼 실제 타결 가능성이 있는 것은 경제 기술 협력 등 4개 분야에 불과하다고 NHK는 지적했다.
국유 기업을 다수 보유한 중국은 중국 내에서 활동하는 기업과 해외 기업 간 경쟁 조건을 공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본과 호주는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부문 관세 철폐와 지적 재산권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사국 간 입장차가 적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이 각각의 이유로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만큼 상호 양보하는 자세로 입장차를 좁힐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일본도 트럼프 대통령의 '진주만 공격' 언급 등으로 통상 압박을 받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중국이 미국의 최대 우군인 일본 측에 친근감을 표하는 등 양국의 관계 개선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9일 베이징대에서 열린 '중일 대학생 교류대회'에 각각 축전을 보내 양국의 공동 발전과 번영, 상호 협력을 강화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인민일보 등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