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실물경제 덮친 무역전쟁 그림자

2018-08-3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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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소매판매 증가율…15년래 최저

기업 이익증가율 석달째 둔화

중국 소비증가율[아주경제DB]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소비, 기업 실적 등 중국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둔화 여파로 중국 소비의 ‘큰손’이었던 중산층이 지갑을 닫으며 과시보다 실속을 차리는 소비 하향세가 뚜렷해진 게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중국 서민식품의 대표 격으로 알려진 캉스푸(康師傅) 라면, 푸링자차이(涪陵榨菜), 얼궈터우(二鍋頭) 고량주 판매량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캉스푸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라면 매출이 111억3400만 위안(약 1조81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다

저가 고량주 얼궈터우를 제조하는 순신(順鑫)농업의 올 상반기 고량주 사업 매출은 57억7400만 위안으로 작년 동기 대비 62% 늘어났다. 이는 앞서 시장이 예상한 40%를 웃도는 수치다.

우리나라 장아찌와 비슷한 서민 먹거리 자차이를 생산하는 푸링자차이의 매출과 순익도 작년 동기 대비 각각 34.1%, 77.52% 늘어난 10억6400만 위안, 3억500만 위안으로 모두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덕분에 순신농업과 푸링자차이 주가도 올 들어서 큰 폭 올랐다. 지난 28일 종가 기준 주가 상승폭은 각각 64%, 124%에 달했다. 같은 기간 상하이종합지수가 16% 빠진 것과 비교된다.

반면 중국 화이트칼라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커피브랜드 스타벅스 중국 지역 매출은 올 2분기 9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스타벅스는 2분기 실적보고서에서 중국지역 매장 매출이 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중국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아보카도를 끊자', '와인 대신 맥주를 마시자', '택시 대신 모바이크(공유자전거)를 타자', '쇼핑은 핀둬둬(저가 상품 공동구매 앱)를 애용하자'는 등 절약 세태를 반영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고 중국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중국의 소비 둔화세는 정부 통계 수치에서도 잘 드러난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소매판매액은 작년 동기 대비 9.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15년 만의 최저 증가율이다. 7월 중국 주요 50개 대형쇼핑몰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평균 3.9% 하락했다. 매출이 상승세를 보인 쇼핑몰은 단 14개에 불과했다.

최근 들어 미·중 무역전쟁 등에 따른 경기둔화, 집값·임대료 급등, 가계 부채 증가로 중산층이 지갑을 닫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경제성장 삼두마차(투자·수출·소비) 중 하나인 소비가 둔화하자 중국 정부는 최근 들어 지방 인프라 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올 한 해 130조원 이상을 철도 인프라 투자에 쏟아붓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인프라 투자 정책으로의 회귀가 소비 주도의 경제성장 모델로 바꾸려는 중국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무역전쟁의 암운은 기업 실적에까지 드리웠다. 지난 27일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제조·광공업 분야 기업 이익이 5151억2000만 위안으로, 작년 동기 대비 16.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6월 증가폭(20.2%)보다 3.8% 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이로써 중국 기업의 이익 증가율은 석달째 둔화세를 이어갔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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