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장수와 소금장수를 자식으로 둔 부모가 있다. 비가 와도, 안 와도 걱정이다. 우산장수는 가뭄에 고전하고, 반대로 소금장수는 비 내릴 때 힘들다. 우산장수는 비만 오면 소금장수보다 훨씬 많이 번다. 대신 소금장수는 달마다 고르게 매상을 올린다. 서로가 제각기 부러워하는 대목이다.
두 자식은 어느 날 동업하기로 한다. 가게에 우산과 소금을 반반씩 놓고 팔기로 했다. 과거 두 사람이 벌었던 평균값으로 이윤은 수렴할 것이다. 대신 매상이 들쑥날쑥하는 위험은 줄어든다. 동업으로 위험이 낮아지는 이유는 날씨라는 환경 아래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수익률에 있다. 만약 우산장수와 비옷장수가 손잡는다면 위험을 줄이는 효과는 거의 없다.
경제학에서는 우산과 소금처럼 일정 환경에서 수익률 방향이 반대일 때 '상관계수가 마이너스(-)'라고 표현한다. 상관계수가 마이너스인 자산끼리 묶어 위험을 줄이는 효과는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냉면집은 메뉴에 만둣국이나 온면을 함께 넣는다. 리조트도 스키장과 수영장, 골프장을 동시에 운영한다. 빙과류와 호빵을 모두 파는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파는 물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업자가 상관계수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기라는 환경 아래에서 주식과 채권 간 상관계수는 마이너스다. 개인이든 기관이든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우산장수와 소금장수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주식과 채권을 함께 담으라는 얘기다. 이론적으로 주식과 채권 비중을 각각 30%와 70%씩 분산하면 투자위험은 현저하게 낮아진다. 통계적으로 채권만 100% 보유하는 것보다도 위험을 줄이면서 더 큰 수익을 내준다. 한 가게가 우산을 30%, 소금을 70% 놓고 장사하면 소금만 100% 파는 것보다 안전하게 더 많이 버는 이치와 같다.
국민연금도 비슷하게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보유한 자산은 633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39%가 주식이다. 50%가량은 채권에, 그리고 나머지 11%는 대체투자에 할당하고 있다. 우산장수와 소금장수가 동업하는, 마치 교과서와 같은 포트폴리오 구성이다.
이런 포트폴리오는 금년같이 큰폭의 주가하락이 있을 경우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빠 보이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주식투자 위험은 장기투자로 상쇄할 수 있으며 국민연금 같은 장기투자자는 보다 더 많은 주식, 특히 저평가돼 있는 주식 비중을 높여야 한다. 단기적인 부침에 흔들리지 말고 주가가 싸질 때마다 주식비중을 늘려나가는 것이 좋다. 그러다 향후 고질적인 한국 증시의 저평가 현상이 해소된다면 연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는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춤추는 운용수익률은 앞으로도 논란을 낳을 것이다. 1년씩 보면 우산이 많이 팔릴 수도, 적게 팔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은 반복되게 마련이다. 도리어 우려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당장 비가 안 온다고 나중에 비싸게 팔 수 있는 우산을 아예 안 만드는 것이다. 지금부터 정확히 10년 전에도 그랬다. 금융위기로 코스피가 1000선 밑으로 떨어졌다. 당시 크게 손실을 냈던 국민연금을 두고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국민연금은 주식을 담아야 할 때 더 이상 사들이지 못했다. 코스피가 그때부터 얼마나 반등했는지 얘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