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과 IT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공지능(AI) 생태계 확대를 위해 손을 잡았다. AI 플랫폼 간의 연합이 국내외 IT업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아마존과 MS는 각 사의 음성인식 비서인 ‘알렉사’와 ‘코타나’의 기능을 올해 말까지 통합하기로 했다. 상대방의 플랫폼에서도 특정 기능을 실행할 수 있는 방식이다. 코타나 사용자는 음성명령을 통해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물건을 주문하고, 반송, 환불 등을 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하만카돈 스피커 ‘인보크’ 사용자도 코타나를 활용해 알렉사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알렉사 이용자 또한 코타나에 음성명령으로 윈도10이 설치된 PC에 접속해 일정 정리, 이메일 전송 등이 가능해진다. 또한 스마트홈 제어 등 알렉사의 4만여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양사의 AI 동맹은 구글의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와 애플의 ‘시리’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구글의 AI 스피커 시장 점유율은 36.2%로 1위, 아마존은 27.2%로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아마존의 점유율은 79.2%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만의 급격한 추락이다. 당시 구글의 점유율은 19.3%에 불과했다. 애플의 시리는 글로벌 스마트폰 AI 비서 시장에서 41.1%(2017년 기준)라는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IT기업끼리 AI 비서의 기능을 통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내외 업계의 본보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사다. 국내에서는 두 개의 AI 플랫폼이 직접적으로 결합한 사례는 없으나, 하드웨어에 타 사의 AI 비서를 탑재하는 식의 연합은 있다. 이동통신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2월 네이버와 손잡고 AI 기반 음성인식 스피커를 출시했다. 당시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2016년 8월)과 KT(2017년 1월)보다 한참 뒤에 AI 스피커를 출시하는 만큼, 어떻게 차별화할지 고심한 끝에 네이버의 AI 비서를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자체 개발한 AI 음성인식 서비스가 있었으나, 국내 검색 점유율 90%에 달하는 네이버의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앞세우는 것이 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카카오의 AI 플랫폼은 현대‧기아자동차의 주요 차종에 적용되고 있다. 음성으로 내비게이션의 목적지를 입력하는 것을 시작으로, 자율주행차 시대에 맞춰 AI 생태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과 KT는 지난해 6월 각 사의 AI 스피커 누구와 기가지니에 외부 개발자들이 서비스를 개발‧출시 할 수 있도록 개발 툴을 공개했다. 각 사가 자체적으로 관련 콘텐츠나 프로그램을 독자 개발할 수 있으나,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해 개방적인 협업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AI 생태계를 확장하는데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AI 음성인식 기능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일반 정보 검색 등의 기능에서 벗어나 스마트홈, 자율주행차로 다양하게 확장되는 과정에서 사업자 간 힘을 모으는 사례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