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17일 중국을 찾는다. 마하티르 총리는 그 동안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관련 투자 등 '차이나머니(중국 투자)'를 견제해 왔다. 이번 방중 초점이 말레이내 추진되는 일대일로 사업 중단을 모색하는 데 맞춰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마하티르 총리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초청으로 17일부터 21일까지 4박 5일간 중국을 공식 방문한다고 홍콩 명보(明報)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특히 회동에서 말레이 총리는 중국 측에 일대일로 관련 사업을 취소시켜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예상됐다.
나집 라작 전 말레이 총리 재임 기간, 말레이 정부는 일대일로와 관련해 688㎞ 동해안 철도사업, 송유관·천연가스관 구축 사업 등 총 220억 달러어치 대형 인프라 구축 사업 계약을 중국과 체결했는데, 모두 중국 기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프로젝트다.
이에 대해 취임 전부터 부정적 입장을 표명해 온 마하티르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해당 인프라 사업 공사를 모두 중단시켰다. 사업비가 부풀려진 측면이 있는 데다 수익성도 의심돼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특히 일대일로 사업을 위해 중국에 막대한 빚을 지는 것도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마하티르 총리는 중국 방문에 앞서 13일 AP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중국의 일대일로 관련 사업인 송유관·천연가스관·철도건설 사업 3개 중 2개를 취소시킬 것”이라며 "아니면 최소한 재임기간만이라도 공사를 중단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말레이시아는 중국 일대일로 전략에서 중국 투자를 가장 많은 받은 국가 중 하나다. 현재까지 중국이 말레이 인프라 공사에만 약 342억 달러어치를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덩달아 말레이시아 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현재 말레이시아 정부가 짊어진 채무액만 1조 링깃(약 275조원)이 넘는다. 이에 따라 말레이 내에서는 줄곧 차이나머니를 우려하는 시선이 존재했다.
중국에서는 마하티르 총리 취임 후 중국·말레이시아 일대일로 협력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바이톈(白天) 주 말레이 중국 대사는 15일 당기관지 인민일보를 통해 마하티르 총리의 방중이 양국 발전에 강력한 활력을 불어넣고, 양국간 호혜협력이 지역 발전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모범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7월엔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부장이 말레이를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왕이 국무위원은 마하티르 총리와 회동에서 "중국의 말레이시아에 대한 우호정책이 이어져 양국간 협력을 심도있게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하티르 총리는 "중국의 고속 발전은 말레이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며 "중국기업, 특히 하이테크 기업의 말레이 투자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 마하티르 총리, 중국 관련 '말말말'
"우리는 중국 투자에서 어떤 이득도 못 얻었다. 우리는 차이나머니를 환영하지 않는다." <2018년 4월 말레이 총리 경선기간>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을 지지하지만, 말레이시아는 중국과 체결한 사업의 일부조항을 재검토해 협상할 것이다." < 2018년 5월 10일 총리 당선 직후>
"우리는 중국에 우호적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에 빚을 지고 싶지는 않다." <2018년 6월 11일 일본 방문기간>
"말레이는 일대일로 사업을 적극 지지하고 참여할 것이다. 중국기업, 특히 하이테크 기업이 말레이에 대한 투자를 늘리길 희망한다." <2018년 8월 1일 왕이 중국 국무위원 접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