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우리나라 주력산업 체질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철강‧조선 등 기존 13대 주력산업 부진과 규제혁신 지연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이 지체되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정부는 13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제5차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3대 전략투자와 혁신인재 양성, 8대 선도사업 내년 재정투자 등을 골자로 한 혁신성장 전략투자 방향을 발표했다.
다만 원격진료, 공유경제 등 그동안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민감한 분야는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다. 정부가 정치권 공방을 최소화하고 재정지원과 인재육성으로 빠르게 정책성과를 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위기의 한국경제…혁신성장 위한 ‘플랫폼 경제’ 꺼내든 정부
정부는 현재 한국경제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구조라는 진단을 내렸다. 구조적 문제에 직면한 한국경제는 곳곳에서 성장잠재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한 생산인구 감소는 올해 상반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생산인구는 전년대비 2015년 18만7000명 2016년 13만4000명으로 유지하다 2017년 2만1000명으로 확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 벌써 –6만1000명으로 심각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획일적인 교육시스템도 도마에 올랐다. 청년실업 장기화 원인으로 지목된 교육시스템은 창의적 인재를 발굴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지난해 국가 인재 경쟁력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39위로 홍콩(12위), 싱가포르(13위), 일본(31위) 등 아시아 국가들보다 뒤처져 있다.
이처럼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는 혁신성장을 한국경제 ‘돌파구’로 선택했다. 이를 위해 ‘플랫폼 경제’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꺼내 들었다.
플랫폼 경제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여러 산업에 걸쳐 꼭 필요한 인프라, 기술, 생태계를 의미한다. 융복합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시스템인 셈이다. 기존 정부 중심의 대책에서 벗어나 민간까지 정책에 참여시킨 부분도 주목할 대목이다.
플랫폼 경제가 안착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전략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정부는 시장에 전략투자 분야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5년 중장기 비전과 중장기 목표 설정, 내년부터 핵심 프로젝트에 대한 예산을 편성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8대 선도사업에 바이오·헬스 추가, 내년 혁신성장 5조원 투입
정부는 이날 내년에 혁신성장 가속화를 위해 8대 선도사업에 3조5000억원, 3대 전략투자분야와 혁신 인재 양성에 1조5000억원 등 모두 5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이를 포함해 2023년까지 9조~10조원으로 투자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또 지난해 11월 혁신성장을 위한 8대 선도사업으로 △초연결지능화 △미래자동차 △드론 △에너지신산업 △스마트공장 △스마트시티 △스마트팜 △핀테크 등을 선정한 데서 초연결지능화를 바이로헬스로 교체했다.
이에 따라 8대 선도사업의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내년에 3조5200억원이 투입된다. 이는 올해 2조1686억원 대비 1조3500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이 가운데 스마트공장에 가장 큰 규모의 1조300억원이 투자되며 △에너지 신산업 8700억원 △미래자동차 7600억원 △바이오헬스 3500억원 순으로 재정이 투입된다.
또 혁신성장을 가속화할 플랫폼 경제 조성을 위해 3대 전략투자 분야를 선정하고 △빅데이터·AI·블록체인 기반 구축 1900억원 △데이터격차 해소와 공유경제 패키지 1300억원 △수소경제 1100억원 등을 각각 투자한다.
여기에 600억원을 투입, AI·빅데이터·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 핵심분야에서 연간 2000명씩 5년간 1만명의 인재를 새로 양성한다. 내년 하반기에는 300억원을 들여 프랑스의 무료 IT기술학교 '에꼴42'와 같은 비학위과정인 혁신 아카데미도 개설한다.
◆원격진료·공유경제 등 민간 분야는 제외
가시적 성과와 더불어 속도를 높인 혁신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는 다소 논란이 되는 원격진료나 공유경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투자계획을 내놓지는 못했다. 기존 규제를 뛰어넘고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서 혁신성장의 속도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혁신성장 사업에 맞춘 재정을 원활히 투입하기 위해 국회의 예산 심의에서 야당의 반발을 피해가야 한다는 전략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또 이번에 제시된 혁신성장 전략투자 방향이 향후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과 직결될 수 있도록 경제 체질 개선과 미래 먹거리 창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진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민간의 폭발적인 혁신 에너지가 끊임없이 확대·재생산될 것으로 기대되는 플랫폼 경제를 위해 전략투자 방안을 내놨다"며 "8대 선도사업 지원을 위해 5년간 중장기 비전과 투자계획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