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예산 확대보다 효율을 높인 '선택과 집중'의 재정집행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뒤따른다.
◇SOC 분야 늘리고 R&D 사상최고 재정 투입 예고
정부는 내년 예산의 총지출 증가율을 기존 7.7%보다 확대할 방침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9일 "내년 재정 예정 규모는 당초 5.7%에서 2% 추가해 7% 중후반(7.7%)인데, 더 늘려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예산안 증액 규모를 10% 이상 요구한 상황에서 내년 예산규모는 또다시 슈퍼예산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예산안 증액이 2009년(10.7%) 이후 한 자릿수를 이어온 상황에서 10년 만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할지 여부에도 시선이 쏠린다.
탄탄한 재정력을 등에 업은 정부는 지역경제활성화 및 인프라 개선 등을 위한 SOC 사업을 3가지 유형으로 늘려 33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대형 토목·건축을 포함하는 전통적 개념의 올해 SOC 예산은 올해 19조원 규모에 그쳤다. 당초 정부안이 17조8000억원이었는데, 국회 심의에서 증액됐다. 정부는 내년 전통 SOC 예산규모를 올해 정부안보다 증액할 계획이다.
또 도시재생과 주택건축에 해당하는 생활혁신형 SOC 예산은 올해 8조원에서 대폭 증액한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지역밀착형 생활인프라 SOC 예산도 7조원 이상 편성될 것으로 예고됐다.
여기에 혁신성장의 바탕이 되는 R&D 예산을 사상 최고수준인 20조원으로 편성할 계획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날 "(R&D예산이) 구조조정을 통해 19조원 정도에 머물렀지만, 연구자가 자율성 갖고 창의성을 발휘해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기초연구를 확대하고 △반도체 △뇌과학 △미래원천기술에 재정을 투자하는 등 혁신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여기에 플랫폼 경제와 혁신성장 8대 선도사업에 올해보다 2조원을 늘린 5조원 규모의 예산도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연 부총리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수소경제 △블록체인 △공유경제 등 4~5개 분야의 플랫폼 활성화와 핵심인력 양성에 집중적으로 재정을 투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정 구조조정 강화···'선택과 집중'의 효율 높여야
정부가 재정 지출 규모를 늘려가기로 검토한 것은 탄탄한 재정력 덕분이다. 지난달 발표된 '2018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세수가 10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이는 든든한 재정수입을 기반으로 한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을 늘렸기 때문이다. 소득 재분배를 위해 세제 지원으로 재정을 지출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재정능력을 토대로 경기 활성화를 위한 올해 2차 추경에 대한 필요성까지 거론됐다.
이렇다보니 자칫 정부가 재정집행 우선주의에 빠지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성장과 투자가 기업에서 활성화되기 앞서 마중물을 마련해야 한다지만, 규모가 갈수록 확대되기 때문이다.
올해 지속된 재정투입에도 소득주도성장의 성과를 내놓지 못한 이유를 재정투입보다 실효성 떨어진 정책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이에 대해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10조9000억원 + 1조~1.5조원' 규모의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재정지출을 늘리라는 여당의 요구가 있는데, 답은 증가율이 아니라 내용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사업 내용을 꼼꼼히 살펴 정부 정책방향인 △사회구조적인 문제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문제 해결 등 혁신성장에서 필요한 분야에 전향적으로 예산을 투입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