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개봉한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감독 김용화, 이하 ‘신과함께2’) 역시 마찬가지다. 환생이 약속된 마지막 49번째 재판을 앞둔 저승 삼차사 강림(하정우 분), 해원맥(주지훈 분), 덕춘(김향기 분)이 그들의 천 년 전 과거를 기억하는 성주신(마동석 분)을 만나 이승과 저승, 과거를 넘나들며 잃어버린 비밀의 연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은 2편은 관객들이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인간적이고 보편적인 감성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리고 관객의 마음을 동요하게 만드는 중심에는 해원맥, 배우 주지훈(36)이 있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가진 주지훈의 일문일답이다.
1부의 히든카드가 김동욱이라면, 2부에는 주지훈이라는 평이 많았다
2편을 본 소감은 어땠나?
- 촬영 중간중간 감정을 이어가려고 이승, 저승의 촬영 분량을 보긴 했는데 편집, CG, 음악도 없어서 어떤 식으로 그려질지 몰랐다. 시사회 날 큰 화면으로 제대로 보니 너무 신기하더라. 이렇게 이어지는구나 싶었다. 편집이 되다 보니 순서가 바뀌기도 하고…. 재밌게 보았다. 1편은 지옥 세계관을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2편은 다 가진 상태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니까 집중도도 좋고 확실히 엔터테이닝한 영화로서 미덕을 살린 것 같다.
1편이 대 성공을 거둔 가운데 2편이 개봉하게 되었다. 1편 개봉을 앞두었을 때보다 긴장이 덜한가?
- 그럴 줄 알았다. 1편 상영이 끝나갈 때쯤 우리끼리 ‘2편은 더 잘해보자!’며 희망차게 얘기했는데 지금은 또 다른 긴장감이 밀려온다. 중간고사 잘 쳤다고 기말고사도 잘 치는 건 아니지 않나. 아무래도 기대치가 높아져서 걱정되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2편의 흥행 또한 기대해볼 법하다
- 1편은 수홍(김동욱 분)의 상황이 호오(好惡) 없이 보편적인 감정을 일으킨 것 같다. 감독님이 그것을 잘 끌어냈고 (김)동욱이가 미친 연기를 해내서 볼 때마다 울었다. 그런데 2편은 아주 정확하고 스트레이트하게 모두의 감정을 때리는 신이 있을까? 싶었다. 관객분들이 수홍의 서사를 너무 사랑하셨으니까. 아무래도 2편에서 그런 면이 덜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영화를 두 번 보니 1편이 보편적이고 직접적인 슬픔이었다면 2편은 감정이 차곡차곡 쌓여서 안타까움이 밀려오더라.
강림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을 때 보편적인 공감이 되기도 했다. 우리도 친구, 가족에게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못 하고 살지 않나. 그런 게 얼마나 한이 될까 그런 생각도 했었다. 그런 면에서 저는 김용화 감독님께 찬사를 보낸다. 자칫 지루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긴 감정이 너무 차곡차곡 잘 쌓인 것 같다. 감정이 묵직하게 오더라. 관객들도 저와 같은 느낌을 받으신다면,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된다.
김용화 감독에 대한 신뢰가 상당한 것 같다
- 그렇다. 감독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개인적으로 ‘신과함께’는 (저의) 생각을 넓게 만들어준 작품이다. 김용호 감독님과 (하)정우 형은 책으로 익히 본 것, 우리가 알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들 즉 긍정적으로 시간을 보낼 줄 아는 분들이다. 같은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내는 것과 걱정과 분노로 보내는 게 다르다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나. 실천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그런데 두 분은 제가 1편 개봉을 앞두고 걱정에 빠져있을 때 모두 끌어안아 줬다. 사실 가장 스트레스받고 긴장되는 건 김 감독님이었을 텐데도.
그런 긍정적인 힘에 영향을 많이 받았나보다
- 촬영할 때를 생각해보면 몸은 힘들었고 패닉이었지만 정신은 맑았다. 분위기가 정말 좋았고 다들 으샤으쌰 하는 분위기라서 촬영장에 대한 기억이 즐거움이 많이 남더라. 남자아이들이 축구, 농구를 7~8시간씩 한다고 그걸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저는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 김용화 감독님을 비롯해 몇 년째 친하게 지내고 있는 사람들의 성향이 긍정적이고 선하다. 타고 나기를 그런 게 아니라 자기반성을 통해 정신력을 잡고 주위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더라. 그들 주변에 있다 보니 저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해원맥은 과거와 현재,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연기할 때 이런 점들이 배우로서 즐거웠을 것 같은데
- 보통 1인 2역은 같은 배우가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 거지 않나. 그런데 이번에는 같은 배우가 같은 사람을 연기하는데 과거와 현재가 완전히 다른 거다. 연기할 때는 아예 다른 인물이라고 보고 연기했다.
주변 동료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했는데 상대배우로 하여금 연기적으로 끌어올려지는 점들도 있나?
- 있었다. 제가 볼 때 (김)향기와 (마)동석이 형은 이상한 힘을 가지고 있다.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거다. 개인적으로 저는 현동(정지훈 분) 집 신들을 사랑한다. 어릴 때 향수가 느껴지고 동석이 형, 향기가 만드는 힘들이 감정적 동요를 일으킨다. 저도 그런 걸 해오며 고민이 많았다. 저나 제작진은 내 안의 다른 모습을 보고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관객들은 괴리를 느끼던 캐릭터도 있었고. 몰입할 때 ‘이게 또 외면받으면 어쩌나?’ 했는데 동석이 형과 향기가 버텨주니 고민 없이 마구 던져볼 수 있었다. 또 여지없이 잘 받아줬고. 재밌게 잘 찍었다.
지붕에서 무게 잡는 신은 관객들이 특히 좋아하던데
- 솔직히 나는 그게 터질 줄 몰랐다.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이거 재밌는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거야’라고 하셔서 따라갔다. 김용화 감독님은 정말 엄청난 대중성을 가지고 있다. 나중에 시사회 때 그 부분에서 웃음이 터지는 걸 보고 안도했다. 웃음이 터질 때 감독님을 보니 당연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더라. ‘아, 이게 되는구나!’ 싶었다. 저도 벌써 12년을 (연기) 해왔는데 코미디에 대한 감이 없다. 이번에 터졌으니까 다음에도 이렇게 하면 되겠지? 하고 생각해도 전혀 그렇지 않더라. 이걸 써먹을 수가 없다. 편집, 호흡, 음악 하나하나에 포인트가 바뀌니까. 코미디는 정말 어렵다. 무반응이면 식은땀이 줄줄 난다. 수명이 줄어든다.
최근에는 장르며 캐릭터가 강한 인물들을 많이 맡았다. 10월 개봉하는 ‘암수살인’도 그렇고
- 저는 멜로도 좋아하는데…. 멜로도 좀 써달라. 하하하. 현실적인 문제가 많다. 멜로 장르는 제작이 거의 안 되고 드라마는 20대 친구들이 잘 해주고 있으니까. 저는 벌써 30대 후반인데.
‘신과함께2’와 ‘공작’이 비슷한 시기 개봉하게 되었다. 마음이 쓰일 것 같은데
-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주변 분들의 영향을 받아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김용화 감독님, 윤종빈 감독님, (하)정우 형 모두 친한데 (비슷한 시기 개봉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니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며 ‘한국영화 시장이 커졌다’고 하더라. 오히려 영화판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거기다 ‘신과함께’와 ‘공작’은 색깔이 너무도 다르니까. 한 달에 한 편만 보시는 건 아닐 테니 관객분들에게 다양한 장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해드린다고 영광스레 생각하고 있다. 올여름은 ‘신과함게’한 ‘공작’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