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發 징벌적 손해배상제, 與野 도입 논의 '활활'

2018-08-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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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표 "'제조물 책임법'상 징벌적 손배 강화해야"

박순자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 적극 검토"

후반기 국회 정무위·국토위서 관련 논의 불붙을 듯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타는 자동차'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BMW의 늑장 리콜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그동안 제도 도입에 소극적이었던 자유한국당에서도 관련 개정안을 내겠다고 나서면서 국회 논의가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근 잇따른 BMW 화재로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제조물 책임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관한 내용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신설된 제조물 책임법 제3조 2항은 제조업자가 제조물 결함을 알고서도 결함에 대해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아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손해의 최대 3배를 배상하도록 한다.

하지만 이 조항은 다른 민사소송과 마찬가지로 소송을 제기하는 피해자 쪽에서 제조물 결함에 대해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그 배상액이 최대 3배로 한정돼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왔다.

홍 원내대표 역시 이날 "미국은 차량 결함에 따른 사고의 피해액 8배 이상을 배상하게 하고 집단 소송을 통해 기업에 엄격한 배상책임을 묻는다"며 해외 사례를 들어 국내법상 실효성 있는 배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날 먼저 불을 지핀 건 한국당이었다. 20대 후반기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맡은 박순자 한국당 의원이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결함에 대한 입증책임 전환' 도입을 국회 차원에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박 의원은 국토교통위 소관 법률인 '자동차 관리법'을 개정해 자동차 제작사에 한해 제조물 책임법상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인 손해액 3배보다 더 무거운 책임을 지도록 하고, 차량 결함에 따른 사고 발생 시 운전자나 차량 소유자가 아닌 차량 제작사가 결함이 없다는 점을 증명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의원이 국토교통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큼 개정안을 발의하면 향후 국토교통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집중 논의·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위는 8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국토부를 상대로 BMW 차량 화재 사태와 정부의 대응에 대해 현안 질의를 할 예정이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발의 예정인 개정안 발의 취지에 대해 "차량 결함에 따른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와 아울러 사고에서 파생되는 문제를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한국당의 입장과 달라진 것에 대해선 "법이란 영구불변하는 게 아니라 시대정신과 상황을 반영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후반기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에 선출된 박순자 의원이 지난 7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조물 책임법'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에서도 관련 논의가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정무위원장을 맡은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수년 전부터 대정부 질의 등에서 강조했던 부분"이라며 "2016년 폭스바겐 디젤 차량의 베출가스 조작 사태 당시 폭스바겐이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있는 미국에선 선제적으로 타협안을 제시했다"며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무위 한국당 간사인 김종석 의원도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제조물을 만드는 사업자는 당연히 보상을 해야 한다"며 "최근 BMW 사태를 봤을 때 일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미 국회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입증 책임 전환에 관한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이 다수 계류돼 있다.

제조물 결함에 대한 추정과 정보제출 명령 규정을 도입해 인과관계에 관한 입증 부담을 줄이고, 중대한 손해에 대해선 가중된 배상책임 제도를 도입하는 우원식 민주당 의원안(2016년 12월 발의)이 대표적이다.

또 소비자가 생산물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사용했음에도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그 생산물이 이미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함으로써 소비자 입증 책임을 낮추는 김관영 의원안(2016년 12월 발의)도 있다.

우원식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발단이 돼서 개정안을 발의했다"며 "개정안에 징벌적 손해배상의 최대한도가 아닌 '최소한도'가 포함된 부분과 기업에 피해 입증에 대한 부담을 어디까지 줄 거냐는 점이 주요 쟁점이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기존 법률 개정안이 아니라 민법이나 민사소송법에 대한 특례로서 '징벌적 배상법'(금태섭·박영선·박주민 의원안)도 별도로 3건 발의된 상태다.

박주민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국내에선 이미 범죄수익 몰수나 공정위 차원에서 벌금과 과태료 등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제도가 소송과도 연관이 되기 때문에 세밀하고 정교하게 논의돼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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