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업계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전자상거래(e커머스, e-commerce)’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 국내외 소비자의 쇼핑 채널이 온라인‧모바일로 변화하는 등 유통업계의 판이 달라지고 있어서다. 11번가에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아 성장 기반을 마련한 SK텔레콤은 향후 자사가 보유한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플랫폼을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6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온라인 오픈마켓 11번가를 SK플래닛으로부터 분사, 9월부터 독립 법인으로 출범시킬 계획이다. 기존에는 SK텔레콤의 자회사 SK플래닛이 운영해왔으나 e커머스업계의 치열한 경쟁 상황에 대비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빠른 변화와 유연한 대응 등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이번 분사를 결정했다. 최근에는 국민연금, H&Q코리아 등으로부터 약 5000억원을 투자받아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유영상 SK텔레콤 코퍼레이트센터장은 지난달 27일 2018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MNO(이동통신) 사업자에서 ICT 회사로의 변화를 위해 노력 중이고 그 핵심은 비MNO 비중을 증가시키는 것”이라며 “최고의 실적을 내는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도 미디어, 보안, e커머스 등 각 사업 포트폴리오가 자생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3~5년 내에 상장을 염두에 두고 기업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의 11번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각설에 휩싸였다. SK그룹은 2016년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업계의 전통 강자에게 11번가를 매각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경에는 11번가를 분사해 신세계나 롯데의 온라인쇼핑몰과 합치는 협상을 진행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러나 SK텔레콤은 e커머스 시장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고, 소비자의 구매 행태가 온라인‧모바일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통계청의 ‘온라인쇼핑 동향’ 자료에 지난 6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8조7252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6% 증가했다. 이 중 모바일이 차지하는 금액은 5조42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했다.
주요 선진국도 같은 추세를 보인다. 미국 연방 인구 조사국(US Census Bureau)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이커머스를 통한 거래액은 4532억1000만 달러(약 508조9548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9% 증가했다. 2010년 이커머스 거래액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고,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이 중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을 통한 매출은 절반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에게 e커머스는 더없이 좋은 시장이 될 수 있는 셈이다.
SK텔레콤은 11번가 분할, 신규 자금 유치 이후 자사가 보유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ICT를 11번가 플랫폼에 적용해 서비스를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유 코퍼레이트센터장은 “고객 데이터에 기반한 최적의 오퍼링, 모바일 기반 전용 앱 확대, UX 개선을 통해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AI를 통한 검색,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등 ICT 기반의 혁신을 도모해 11번가만의 차별적 우위를 확보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