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선 회사채 발행의 중지 또는 연기가 줄을 잇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금년 초부터 6월까지 총 363건, 2270억 위안 규모가 중지·연기됐다고 한다. 낮은 신용등급채권을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회사채 디폴트(채무불능)도 빠르게 늘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 레이팅즈에 의하면 금년 상반기에만 대형사 12개사가 디폴트 처리됐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의 디폴트 건수 18건과 비교할 때 크게 늘어난 것이다.
물론 중국정부가 기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회사채 디폴트를 용인하고 있기 때문에 디폴트가 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디폴트가 빠르게 늘면 이들 회사채를 보유했던 은행들, 특히 중소은행들은 재무 위험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 그중에서도 시장이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은 '그림자 금융'이라 불리는 이재상품(금융투자상품)이다. 이들 상품에 편입된 회사채가 디폴트가 날 경우 투자수익률에 민감한 개인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돈을 빼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재상품이 펀드런에 직면하게 되고 암묵적으로 보증상태에 있는 은행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게다가 이들 부동산개발회사가 발행한 회사채 중 3분의1은 달러 표시채이기 때문에 디폴트 시 중국의 해외 신용평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미 중국기업의 달러 표시채 디폴트 사례들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월 중국의 석유가스공급회사인 ‘차이나 에너지 리저브 앤드 케미컬스(CERC)’가 발행한 달러 표시채 3억5000만 달러가 디폴트 처리됐는데, 이는 홍콩상장 부동산개발회사인 신창집단(新昌集團)에 이어 올해 두 번째라고 한다.
올해 들어 중국기업들의 외채 발행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 금년 1~4월 외화표시 회사채 발행액은 870억 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80%나 늘어났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정부가 그동안 풀린 통화고삐를 죄기 시작하자, 중국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조달 활로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장자치구, 귀주성 등 신용등급이 낮은 지방정부 산하의 인프라 정비 융자회사들의 비중이 높아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990년대 말에는 중국 지방정부 산하기관의 채무불이행으로 외국은행 등이 거액의 손실을 본 적도 있다.
문제는 이처럼 취약한 중국 회사채 시장에 새로운 위협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그것이다. 벌써 글로벌시장에선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둔화를 반영해서 중국 회사채금리의 신용스프레드를 높이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 500억 달러 규모에 관세를 부과하고 향후 중국이 보복에 나설 경우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 인민은행(중앙은행)이 이례적으로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고, 지급준비율을 0.5% 포인트나 인하한 것도 중국기업들의 자금 악화를 막기 위해서였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의 향방에 따라 경우에 따라선 기업들의 부채가 중국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타협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 큰 문제 없겠지만, 갈등이 계속될 경우 중국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보복관세 실행이 본격화되면 중국 경제는 둔화되고, 이는 중국 회사채의 신용등급 하락→디폴트 증가→이재상품 등 파탄→이재상품에 융자 또는 투자하고 있는 은행·보험사의 재무위험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중국기업의 달러 표시채를 통한 위험 증가다. 미국의 관세율 인상으로 미국 내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면 미국 장기금리 상승 →달러 표시채 발행하는 중국기업의 이자부담 증가→중국기업의 디폴트 위험증가의 악순환이 생길 수도 있다.
만약 무역전쟁 국면에서 인민은행이 중국기업의 어려움을 줄여주기 위해 유동성을 공급할 경우 이는 중국 정부의 기업구조조정 노력에 배치되는 것이고, 수출 숨통을 터주려고 위안화를 절하할 경우에는 위안화 환산으로 할 때 달러 표시채의 원리금 부담과 자본유출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중국 경제 및 금융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금융시장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