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20일이 넘도록 지속되면서 하반기 한국경제에 강력한 변수로 떠올랐다. 재난수준에 버금가는 폭염으로 경제 전반에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전기료 인하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다만 재정 지원에 한계를 보이면서 전기료 인하 외에 뾰족한 수를 내는 데 부담스러운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폭염 장기화는 한국경제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7월 소비자물가는 예상대로 고공행진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폭염은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에도 폭염으로 인해 밥상물가가 들썩였다. 지난해 8월 채소류 물가는 1년 전보다 22.5%, 과실류는 22.3%, 축산물은 8.6%, 수산물은 6.0% 올랐다.
올해는 작년보다 폭염이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1994년 이후 가장 심한 수준이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 역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기세다.
농가에서는 폭염이 이달 중순까지 지속될 경우, 다음 달 추석까지 여파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건설현장도 더위로 인해 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는 2일 공공 발주 건축‧토목공사 현장에서 폭염이 심한 낮 시간대는 작업을 중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처럼 한반도 전체가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정부는 전기요금 인하 이외에 눈에 띄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재난 발생 시 조성했던 추경 역시 가능성이 희박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제기한 ‘2차 추경’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 부총리는 “올해 세수가 좋으니까 초과 세수로 봐서는 일리가 있지만 추경 요건 해당 여부, 본예산과 시기가 맞물린 문제로 봐서는 부담스럽다”며 “진지하게 할지 말지 검토까지 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폭염 대책을 수립하는 데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 폭염을 재난안전법에 포함시키는 절차가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앞서 지난 1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최고위원회의에서 8월 임시국회 때 재난안전법에 폭염이 포함되도록 법 개정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폭염 강도가 높아지고 장기화되는 추세가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폭염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여름철 이후 명절이 이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폭염 장기화는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폭염이 장기화되면 여름철 식품물가가 불안해지고 특히 추석에 축산물 물가가 급등한다”며 “정부가 물가안정 노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