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들은 66㎡(20평)대 6억원 이하를 원하죠. 위례신도시엔 없어요."(서울 송파구 장지동 T공인중개업소 관계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지난 3일 첫 정책협의체 회의를 열고 서울 내에 신혼희망타운 2만5000가구를 공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서울시는 이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2022년까지 전국에 신혼희망타운 10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하고 위례신도시와 평택고덕신도시를 선도지구로 선정한 바 있다. 결혼 7년 이내 신혼부부에게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은 분양가가 시세 70% 정도에 책정된다. 연 1.3% 고정금리로 최장 30년까지 집값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
◆위례신도시보다는 거여·마천뉴타운과 가까워
신혼부부들이 위례 신혼희망타운(508가구)을 탐내는 이유는 서울과 가깝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폭염 탓에 도보로 이동할 순 없었지만, 지하철 5호선 마천역에서 내려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는 공사 현장까지 차로 5분이면 충분했다.
위치만 보면 신혼희망타운이 들어서는 지역은 현재 위례신도시가 조성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일대와 4㎞가량 떨어져 있다. 위례신도시 중심보다는 북쪽에 위치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지하철 8호선 장지역이나 복정역보다 마천역이 더 수월하다.
향후 개발 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이날 찾은 마천역 앞은 송파구 거여·마천뉴타운 일대다. 역을 나오자마자 거여2-2구역을 재개발하는 'e편한세상 송파 파크센트럴(2020년 입주 예정)' 아파트 공사현장이 보였다.
거여·마천뉴타운 첫 분양 단지인 이 아파트는 총 1199가구 규모 대단지로, 지난해 평균 15대1이라는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사실상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뉴타운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로또 아파트' 우려는 불식시키지 못해
현재 위례 신혼희망타운에 대한 우려는 '로또 아파트'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좋은 입지에 들어서는 만큼 처음 분양받은 사람들만 시세차익을 챙겨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정부가 예상한 위례 신혼희망타운의 분양가격은 인근 단지의 매맷값과 차이를 보인다. 정부는 예상분양가 4억6000만원인 전용면적 55㎡를 분양받을 경우 신혼부부는 초기에 1억4000만원을 부담하고 최장 30년 동안 1.3%의 금리로 월 110만원씩 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국토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13년 입주를 시작한 송파구 위례22단지 '위례송파 비발디' 전용 51㎡ 고층은 지난 2월 최고 9억원에 거래가 됐다.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위례24단지(2013년 입주) '송파 꿈에그린' 전용 51㎡도 지난 6월 7억3500만원에 거래됐다.
이날 찾은 위례 22단지와 24단지 사잇길에는 젊은 층이 많이 사는 곳인 만큼, 유치원을 끝낸 아이를 데리러 온 차량들이 눈에 띄었다. 위례24단지 인근에 위치한 O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2·24단지는 위례신도시 내에서 유일하게 소형 면적대가 있는 아파트일 것"이라며 "위례신도시 중앙에 위치해 편의시설도 다 있고, 방 2개와 거실 1개를 갖춰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혼희망타운과 위치로 볼 때 위례 22·24단지보다 더 가까운 e편한세상 송파 파크센트럴과 비교해도 분양가는 2억원가량 차이난다. e편한세상 송파 파크센트럴 전용 59㎡는 6억2000만~6억3000만원대에 분양됐으며,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같은 면적 고층의 입주권은 7억7700만원대에 거래됐다.
또 다른 O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2단지와 24단지 모두 전용 51㎡를 8억원대에 내놓는 집주인들이 있다. 한때 매매가격이 뛰어 어느 정도 올랐다고 생각하니까 처분하려는 것"이라면서도 "수요자들은 7억원 이하를 찾다 보니 거래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