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너무 덥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북반구 다른 나라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살인더위'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7월 30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 사망자가 28명에 달한다.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운영을 시작한 2011년 이후 최대치다. 이미 많은 사망자가 나온 일본에서는 이번 폭염을 '자연재해'로 규정했을 정도다.
이 더위가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경고는 숨이 턱 막히게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급격히 줄이지 않는 한 폭염, 폭우, 한파 등 '이상기후'가 '전형'이 돼 일부 동식물이 멸종할 수 있다는 경고는 섬뜩하다.
지구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꼽히는 중동의 오만 쿠리야트도 최근 새 기록을 세웠다. 하루 중 최저 기온이 42.6도로 역사상 가장 높았다. 불볕더위가 낮밤을 가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날 스페인 기상정보 사이트 오히메트(ogimet.com)를 인용해 쿠웨이트 자흐라와 이란 아와즈도 7월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었다고 전했다.
중동이야 원래 '열사의 땅'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8일자 최신호에서 핀란드의 사례를 소개하며 의문의 여지를 없앴다. 북극 한계선보다 북쪽에 있는 핀란드의 라플란드라는 마을은 평소 연간 평균기온이 0도 미만이다. 주민들이 사실상 냉장고 안에서 살아왔던 셈이다. 이들에게 7월은 그나마 여름에 가까운 날씨를 잠깐이나마 즐길 수 있는 때다. 라플란드의 기온은 지난달 한때 30도를 웃돌았다. 7월 평균기온이 12도가 넘어 1908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고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같은 폭염이 '뉴노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서둘러 줄이지 않으면 재앙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인류의 결속력이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기후협약에 등을 돌린 게 직격탄이 됐다. 2015년 전 세계 195개국이 서명해 채택한 파리기후협약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도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목표다. 참가국들은 재앙에 맞서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기온은 이미 1도가량 올랐다.
유엔 산하 단체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오는 10월 인천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이에 경종을 울릴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급격히 줄이지 않으면, 온난화 속도가 3배 빨라져 2040년에는 지구 기온 상승폭이 억제선인 1.5도에 이를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