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對)이란 제재를 예고했던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데 대해 이란 내부에서 '이란 국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한 입장이라는 반박이 나왔다. 이란 리알화는 소폭 반등했지만 미·이란 간 긴장이 지속되면서 당분간 환율 불안정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7월 3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란의 전 부통령이자 대표적 개혁파 인사로 꼽히는 모하마드 알리 압타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제안은 이란 국민과 국가 간 분열을 심화시키려 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협상을 제안하는 것만으로도 승리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란에 대가를 제공할 의도는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이란을 '적국'으로 규정해왔던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을 탈퇴한 뒤 강력한 제재 부활을 예고해왔다. 동맹국들에 대해서도 11월 4일까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란의 주요 수입원인 원유 수출을 차단해 자금 유입 기회를 원천 봉쇄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란 입장에서는 갑작스런 미국의 태도 변화가 당황스러울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 발언이 나오면서 이란 리알화의 화폐 가치는 소폭 반등했지만 환율의 불안정성에 대한 위기감은 계속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이틀 새 이란 리알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18% 하락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초 이란 정부가 지정한 달러 대비 공식 환율은 달러당 4만 2000리알이다. 그러나 지난 29일부터 달러당 11만 리알까지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가 이란 핵협정 탈퇴를 선언한 5월 8일 이후 기준으로는 74% 상승한 수준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한편 이란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면서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대비 배럴당 2% 하락한 68.76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9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0.96% 떨어진 74.25달러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