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술주 '피바람'…사흘 만에 시총 335조원 증발

2018-07-3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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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폭락 사태 이후 기술주 투매 확산…'FAANG' 30~40% 추락 경고도

'패시브 펀드' 직격탄 뉴욕증시 랠리 제동 우려 속에 31일 애플 분기실적 촉각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심각하게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미국 뉴욕증시에서 기술주에 대한 투매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기술주는 거품 논란 속에 종종 부침을 겪으면서도 뉴욕증시 랠리를 주도한 일등공신이다. 기술주 투매가 지속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올해로 9년째 이어진 뉴욕증시의 랠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블룸버그는 3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페이스북 폭락 사태 이후 이날까지 3거래일 만에 증발한 기술주 시가총액이 3000억 달러(약 335조4000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은 분기 실적 발표에서 드러난 가입자 증가세 부진 탓에 지난 26일 19% 추락했다. 하루 최대 낙폭에 날아간 시총이 1200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 증시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튿날에는 트위터가 21% 가까이 폭락하는 등 기술주 전반으로 투매 압력이 번졌다.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모회사 알파벳) 이른바 'FAANG'을 비롯해 S&P500지수에 편입된 기술주 주가를 반영하는 S&P500 정보기술(IT)지수는 26일부터 이날까지 3거래일 동안 5.2% 하락했다. 그 사이 이 지수의 시총은 6조6000억 달러에서 6조300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마이클 안토넬리 로버트W베어드앤드코 이사는 "FAANG에 대한 투자심리가 시들해지고 있다"며 "특히 실적 발표 이후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FAANG)이 (대형 기술주 지수인) 나스닥100을 발끝으로 끌어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스닥100지수는 지난 25일 7508.59에서 이날 7193.10으로 4.2% 떨어졌다.

마이클 하트넷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fAML) 수석 투자전략가는 페이스북의 폭락이 대형 기술주가 정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며 FAANG 주식에 대한 매도 의견을 냈다. BofAML의 최신 펀드매니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펀드매니저들이 6개월째 가장 선호한 베팅이 FAANG 주식에 대한 매수 포지션이다.

주요 지표도 하트넷의 의견을 뒷받침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P500 IT지수는 이날 5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떨어졌고, 나스닥종합지수와 나스닥100지수도 비슷한 수준에 있다. 투자자들은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지난주 7주 만에 최대인 14억 달러를 회수했다.

월가 투자전문지 '베어트랩스리포트'를 내는 래리 맥도널드 편집인은 지난 주말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의 '트레이딩 네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FAANG 주가가 30~40% 더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가가 30% 떨어지면 애플과 알파벳은 올해 상승분을 모두 잃고 마이너스 국면에 돌입하게 된다. 페이스북은 이미 마이너스 처지로 약세장에 돌입했다. 주가가 전 고점에 비해 20% 이상 떨어지면 약세장이라고 한다. 넷플릭스와 아마존도 주가가 30% 하락하면 페이스북과 같은 처지가 된다.

맥도널드는 FAANG 주식 급락 사태가 '패시브 펀드'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패시브 펀드는 수동적으로 시장 대표 지수를 추종한다. '인덱스 펀드'라고도 한다. 뉴욕증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FAANG과 운명을 함께할 수밖에 없다. 뉴욕증시의 랠리가 종착역에 도달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맥도널드는 "최근 5~10년 사이 약 6조 달러가 패시브 펀드에 들어왔다"며 "이 돈이 모두 FAANG으로 갔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애플이 31일 발표할 실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이클 아론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 수석 투자전략가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그들(애플)이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면, (기술주에 대한) 투매 압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31일 뉴욕증시 마감 뒤 회계연도 3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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