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칼럼] 소득주도성장론

2018-08-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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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논쟁이나 벌일떄가 아니다

 이른바 ‘소득주도성장론’은 문재인정부의 핵심 경제철학이다. 그 일환으로 도입된 것들이 최저임금 대폭인상과 주52시간 근로제 등인데, 이를 놓고 최근 몇달간 논쟁이 뜨겁다. 논쟁이 격렬해진것은 이 정책들의 도입후 공교롭게도 고용시장위축과 분배악화, 영세자영업자들의 생존위협이라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과 일부 언론들은 기다렸다는듯, '경제학 족보에도 없는 실험의 한계가 드러났다'며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탁상공론이며, 그 보완책이란 것들도 세금퍼붓기 밖에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세계경제가 모두 좋은데 한국만 죽쑤는 이유도 소득주도성장 때문이라고 한다.  어려운 사람들이 더 어려워지고, 고용과 성장,  분배를 모두 놓쳤다는 험한 말도 서슴치 않는다.

워낙 반발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 대신 ‘포용적 성장’이란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소득주도성장은 정부가 처음부터 적극개입해 저소득층의 소득을 끌어올리고 이것이 소비를 늘리도록 해 성장을 이루겠다는 경제실험이다. 반면 포용적 성장은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서 성장을 추구하고 그 대가를 함께 나누는 노선이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최저임금위는 최근 소상공인 등의 내년 최저임금 재심요청을 묵살하고 원안을 그대로 확정지어 버렸다.  '계속 GO'하겠다는 뜻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 비판여론 때문에 포용적 성장으로 (포장을)바꾸긴 했지만 정책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고도 한다. 

객관적 제3자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볼 때 양쪽 다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우선 정부 여당쪽.  야당 주장대로 탁상공론이었음은 분명하다. 특히  350만 영세자영업자 또는 소상공인들의 처지를 미처 충분히 읽지 못했다. 안그래도 장사가 안되는 판에 최저임금마저 크게 오르면 문을 닫거나 직원과 근무시간을 줄일 수 밖에 없는 가게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일자리를 잃거나 근무시간이 준 근로자들의 소득은 줄수 밖에 없다. 취지는 좋은 제도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하든가, 아니면 충분한 보완대책을 마련해 같이 발표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의욕만 앞섰는지, 노동계의 눈치만 봤는지 모를 일이다.

또 올리더라도 너무 가파르게 올리고 있다.  경기호조로 사람구하기 어렵다는 일본의 올해 평균최저임금은 전년보다 겨우 3.1%(26엔) 인상된 874엔(약8850원)으로 최근 결정됐다.  한국의 지난2년간 인상율은 30%에 육박한다. 한국의 내년최저임금 8350원은 일본 47개 지자체중 32곳보다 이미 높다고 한다. 그런데도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최저임금 결정직후 '기업 부담 커져서 곳곳에 비명,이란 제목을 달았다. 문제의 심각성이 확인됐으면 빨리 인정하고 정책수정이나 보완에 들어가면 될텐데, 한국정부는 내년 최저임금 재심요청부터 묵살했다. 고집을 부리며 땜질처방에만 급급하는 모양새다.

현 정부는 또 '소득주도성장'에만 너무 집착했다.  '혁신성장'이란 현 정부의 새로운 성장노선도 있는데, 자신들의 3대 경제공약중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만 주로 부각시켰다. 재벌 등 '가진 계층 손보기'가 우선 급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반면 보수야당들은 우선 이 실험이 지난 10년 자신들의 정책실패와 무능 때문에 나온것이라는 점을 잊고 있다. '이명박 녹색경제, 박근혜 창조경제' 의 결과는 잠재성장을 밑도는 저성장과 빈부격차확대였다. 수출이 잘되고 대기업들이 잘 나갔다지만 고용없는 성장, 가계부채급증에, 청년실업자는 늘어만 갔다.  전 정권 방식으론 안되기 때문에 새 정부가 새로 시도한 정책이라는 얘기다.

소득주도성장이 모든 경제실패의 주범인 것처럼 몰아가는것도 문제다.  우선 치킨집이나 편의점 같은 영세자영업자들이 너무 많다. 그러니 장사가 잘될리 없다. 여기에다 편의점들의 경우 본사가 가져가는 가입비와 원재료비등이 너무 많다. 점포임대료도 높다. 이 때문에 안그래도 오래전부터 휘청휘청들하고 있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여기에 도화선 역할을 했을 뿐이다. 소득주도성장론은 빈부격차 해소정책 정도로 이해해도 되는 것이었다. 
 재정건전성을 들어 저소득자 지원정책들을 무조건 비판하는 점도 문제다. 4대강에 무려 22조원의 국민세금을  투입한 것은 그러면 재정건전화에 크게 기여했는가. 

이렇게 양측의 문제점들을 지적해나가다 보면 결론은 명확해진다. 정부여당은 앞으로라도 속도를 줄이고 충분한 보완대책들을 병행해야 한다. 영세자영업자들이 충분히 살수 있도록 해준후 최저임금을 업종별 지역별로 차등화해가며 점진적으로 올려야한다. 근로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야 된다. 또 풀 죽어있는 대기업들의 기(氣)를 다시 살려 혁신성장에 적극 동참토록 유도해야 할것이다. '소득주도'니 '포용적'이니 하며 용어분칠이나 해서 될일이 아니다.
보수층도 너무 용어나 이념에 집착해선 안될것이다.  취지 자체가 나쁜 정책은 아님을 보수층도 알지않는가. 경제현실에 맞게 속도를 조절하고 보완책을 충분히 강구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비판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올하반기 세계경제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심상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미중무역전쟁과 미국의 금리인상이다.  여기에다 중국의 거센 추격이라는 또하나의 결정타가 날아오고 있다.  이제 거의 모든 업종이 따라잡히고 반도체정도만 남았다는데, 반도체마저도 중국의 따라잡기가 시간문제라고 한다.  심각한 가계부채·저출산·고령화·청년실업· 극도의 내수침체 등의 고질병들도 해결기미가 없다. 올들어선 경제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설비투자마저 뒷걸음치고 있다.

온나라가 4차산업혁명의 엄청난 열기에 뒤덮인 중국을 우리는 과연 제대로 보고 있는건가? 격렬한 무역전쟁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막기위해 이리뛰고 저리뛰고 있는가? 한가하게 이념- 이론논쟁이나 할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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