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기업이 하나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인 징둥(京東)그룹이다.
징둥은 올해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에서 181위에 랭킹됐다. 징둥의 순위는 글로벌 인터넷 기업 중에서는 아마존(18위), 구글(52위)에 이은 3위다. 페이스북(274위)은 물론 알리바바(300위)나 텐센트(331위)보다도 높다. 징둥은 지난 2016년 처음 366위로 포춘 500대 기업 순위에 입성한 후 2년 만에 순위가 185계단 껑충 뛰었다.
'징둥은 3년간 어떻게 삼단뛰기에 성공했는가<21세기경제보>', '징둥이 2년새 181계단 껑충 뛴 배경은 무엇인가<매일경제신문>' 등 징둥의 성공전략에 최근 중국 경제 일간지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2004년 베이징 중관춘에서 탄생한 징둥그룹은 중국 2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하며 알리바바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후발주자' 징둥의 경쟁력은 중국 전자상거래 1인자 알리바바와의 차별성에 있다.
징둥은 독립형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하고, 자체 물류시스템을 운영한다. 직접 업체를 선별해 물품을 구매조달하고, 배송·애프터서비스(A/S)까지 책임지는 것. 이를 통해 징둥이 소비자로부터 얻은 건 신뢰다.
알리바바가 직접 물품을 구매조달하는 대신 기업과 소비자(B2C), 소비자와 소비자(C2C)간 거래 플랫폼인 티몰과 타오바오몰을 운영하는 것과 비교된다. 또 알리바바 물류 플랫폼 차이냐오는 직접 배송을 하는 게 아닌 여러 택배업체들에게 물품배송을 외주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알리바바가 '짝퉁'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것과 달리 징둥이 상대적으로 짝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다. 류창둥(劉强東) 징둥그룹 회장은 “우리는 단 한번도 짝퉁을 판매한 적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사실 자체 물류망을 구축하는 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징둥은 지난 11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며 누적 적자액만 188억 위안(약 3조1000억원)에 달했다. 지난 2016년에야 10억 위안 순익을 실현하며 비로소 12년 만에 흑자경영에 성공했다. 아마존이 과거 사업 초창기 물류창고를 구축해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어마어마한 비용을 쏟아부으며 8년간 적자를 냈던 것을 연상케 한다.
◆무인기 등 최첨단 기술 동원···24시간 이내 '번개 배송'
자체 물류시스템에 기반한 '번개 배송'도 징둥의 강점이다. 징둥은 현재 중국 전국에 500개가 넘는 대형 물류창고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100% 자동 무인화 스마트 물류창고만 14개에 달한다.
징둥 전체 물류 인프라 면적은 1200만㎡가 넘는다. 현재 징둥의 택배 물류망은 중국 전국 100%를 커버하고 있으며, 90% 이상의 지역엔 24시간 이내 배송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징둥의 물류시스템엔 최첨단 기술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사무(四無)' 기술을 선보인 게 대표적이다. '사무'란 무인배송차·무인기·무인창고·무인상점을 말한다. 모두 2013년 만든 징둥그룹 내 'X사업부'에서 연구개발한 것이다.
올 상반기 기준 징둥은 2만여 차례 무인기 배송을 완료했다. 누적 배송시간만 6600시간 이상, 누적 배송거리만 12만㎞에 달한다. 징둥은 무인기 배송을 통해 기존의 전통 배달방식보다 30% 물류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상하이에서 첫선을 보인 무인창고는 현재 중국 주요 도시 곳곳에 모두 14개 운영되고 있다. 무인창고의 하루 택배 처리량은 20만건으로, 전통창고보다 운영효율성이 10배 이상 높다. 로봇의 택배분류 속도는 시간당 3600건으로, 인간보다 5~6배 빠르다. 300개 로봇이 자동으로 물품 분류, 운송 등 작업을 하는데, 이는 무인창고 스마트브레인이 0.2초 내 로봇의 680억 가지 행위를 연산해 최적의 선택방안을 내놓는 데 따른 것이다.
◆ 알리바바 '신유통'이 대항마···'무경계유통'
징둥은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제창한 '신유통' 혁명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류창둥 회장이 내세운 건 '무경계 유통(無界零售)'이다. 사람, 사물, 장소의 구애없이 모든 게 초연결되는 완벽한 조화 속에 기존의 유통구조를 재건한다는 의미로, 신유통과 비슷한 개념이라 볼 수 있다.
올해 베이징에서 첫선을 보인 신선식품 전문마트 '세븐프레쉬' 1호점이 대표적이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첨단 주문 물류시스템으로 신선식품 재고량을 적절히 조절하고, 배송시간도 획기적으로 단축한 게 특징이다. 매장 곳곳에 설치된 '스마트미러'에선 신선식품의 원산지·수확시기·섭취방법 등을 한눈에 보여주고, 소비자의 동선을 따라 자동으로 움직이는 '스마트카트'는 쇼핑가이드를 해주고, 자동 결제까지 대신 해준다. 세븐프레쉬는 알리바바의 '신유통 실험장'으로 불리는 신선식품 전문마트 '허마셴성'보다 3년 늦게 출발하긴 했지만 연내 50여개 매장 개설을 목표로 하는 등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예고했다.
텐센트, 월마트, 구글 등 세계적인 굵직한 기업들도 징둥의 든든한 전략적 투자자다. 텐센트의 트래픽, 월마트의 공급망, 구글의 첨단기술에 기반한 협력이 징둥의 경쟁력을 뒷받침해준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