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터진 '가짜 백신 스캔들'이 가뜩이나 부진한 중국 증시에 ‘블랙스완’을 몰고 왔다.
블랙스완(검은 백조)이란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말한다.
◆ 고꾸라진 의약업종 주식···시총 22조5000억 증발
가짜 백신 사건이 터지자마자 선전거래소에 상장된 창성바이오 주식 가격은 곤두박질쳤다. 주가는 16일부터 5거래일 연속 10% 급락하며 하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가짜 백신 스캔들 직전까지만 해도 주당 24.5위안에 달했던 주가는 지난 20일 14.5위안까지,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시가총액은 100억 위안(약 1조6000억원) 가까이 증발했다.
창성바이오 가짜 백신 스캔들로 중국 증시 전체 제약업종 종목도 출렁였다.
시장조사업체 동방재부(東方財富) 초이스에 따르면 상하이·선전 증시 전체 284개 제약업종 종목을 통틀어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4거래일간 시총 1350억4000만 위안(약 22조5000억원)이 증발했다.
구체적으로 야오밍캉더(藥明康德) 시총이 100억 위안 증발한 것을 비롯해 푸싱제약(復星醫藥), 즈페이바이오(智飛生物) 캉타이바이오(康泰生物) 등 시총도 50억~60억 위안 이상씩 날아갔다.
제약업종은 올 들어 13일까지만 해도 평균 주가상승폭이 8.5%에 달하는 등 중국 주식시장 부진 속에서도 상승률을 보이는 대표적인 업종이었다.
중국 경제관찰보(經濟觀察報)는 창성바이오가 중국 증시에 '블랙스완'을 몰고 왔다며 일부 펀드사들이 '지뢰'를 밟았다고 표현했다.
◆'블랙스완'으로 전락한 백신업계 '다크호스'
1992년 설립된 창춘 창성바이오는 백신 연구개발 기업으로, 2015년 우회상장 방식으로 선전거래소에도 안착했다. 가짜 백신 스캔들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창성바이오는 소위 잘나가는 종목이었다.
즈옌(智硏)컨설팅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광견병 백신 시장에서 창성바이오는 시장점유율 23.19%로, 랴오닝청다(33.94%)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2015년까지만 해도 창성바이오 시장 점유율은 4%도 못 미쳤으나 2년 만에 6배 가까이 뛴 것.
지난해 창성바이오 매출과 순익은 각각 15억5000만 위안, 5억60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각각 52.6%, 33.28% 급증했다. 팡정증권은 5월까지만 해도 보고서에서 창성바이오 목표 주가를 31위안으로 내다보며, 광견병 백신 매출 급증으로 올해 순익이 1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가짜 백신 스캔들이 터지면서 창성바이오는 이미 대대적인 실적 악화를 예고했다. 창성바이오는 지난 18일 가짜 백신 스캔들 영향으로 올 상반기 매출과 순익이 각각 2억 위안, 1억4000만 위안 감소할 것이라며, 하반기 매출은 더 큰 영향을 받아 5억4000만 위안 감소할 것으로 예고했다.
이에 기관들은 잇달아 창성바이오 종목을 내다팔고 있다. 중국 증권정보매체 룽후방(龍虎榜)에 따르면 지난 16~17일에만 5개 기관에서 2204만 위안어치 주식을 매도했다.
중국 공모펀드 중 창성바이오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던 푸궈(富國)펀드의 비중 상위 10대 종목에서 창성바이오는 사라졌다. 1분기말까지만 해도 푸궈펀드가 보유한 창성바이오 주식은 모두 862만주(4.38%)로, 전체 비중 상위 10대 종목에서 5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