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 내가 낸 세금을 써도 하나도 아깝지 않습니다.”
포천시에서 시설채소를 재배하는 농민 3명이 12일 전주혁신도시에 있는 농촌진흥청을 찾아 갑작스레 라승용 청장 면담을 신청했다.
“농진청이 해외 수출을 위한 기술지원을 해준 덕에 살았습니다.”
이들은 포천에서 250만평 규모로 시설채소를 재배하고 있는 농민들이다. 채소가 남아서 고민하던 찰나에 판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싱가포르 수출을 추진했지만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비용이 많이 드는 항공수출 대신 시일이 걸리는 선박수출을 선택한 탓에 채소가 온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상품성이 떨어지자 이들의 고민은 날로 커져갈 수밖에 없었다.
이때 등장한 게 바로 농진청이었다. 안종문 포천시시설채소연합회장은 “선박수출 시 9일 정도가 걸리는데 농진청 포장재 기술지원을 받은 이후 채소를 신선한 상태로 온전히 수출할 수 있게 됐다”며 “농진청 지원으로 싱가포르에 1년간 안정적인 시범수출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농진청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을 기회로 농진청이 농민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안 회장은 “수출물량이 도착하는 시점에 싱가포르에 직접 가서 상태를 확인해 봤더니 신선한 상태로 운반된 것을 직접 봤다”며 “농진청이 연구개발을 위해 세금을 써도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전했다.
안정적인 수출 환경이 조성되자, 이들은 수출 저변을 더 넓힐 수 있게 됐다. 안 회장은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바이어가 채소 선박수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직접 우리를 찾아왔다”며 “베트남은 이미 시범수출에 성공했고, 말레이시아도 곧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들은 라 청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 위해 이날 농진청을 찾은 것이다. 안 회장은 “농진청 직원이 문제해결과 컨설팅 등 도움을 주기 위해 매일 이곳을 찾아왔다”며 “포천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하우스단지를 운영 중인데, 아직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같이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감사패를 줘야 한다고 의견이 모아져 이렇게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 청장은 이 감사패가 그 어떤 상보다 값진 것이라고 감격했다. 바로 농민이 직접 준 상이기 때문이다.
라 청장은 “내가 하는 일, 조직이 하는 일에 대한 가치를 국민에게 설득하지 못하면 안 된다”며 “사회적 가치를 지닌 농업‧농촌을 국민에게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생산물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등의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며 “이를 통해 농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제고하고, 농가 소득도 오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농진청의 존재 이유”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