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연구장비활용종합포털(ZEUS)을 보면 과기정통부 산하 25개 출연연의 연구장비 활용률은 90% 이상에 달하는 반면, 기초과학연구원(IBS) 등 대형 기관들의 공동활용서비스가능장비로 등록돼 있는 건수는 단 한건도 없었다. ZEUS는 2013년 구축된 국내 최대규모의 장비활용 종합포털사이트로, 약 6만5000여점에 달하는 연구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공동활용서비스가능장비는 대외개방을 위해 장비사용료, 이용절차, 이용시간, 전담 인력 등 세부적인 운영규정에 의해 운영되는 연구시설이나 장비를 의미한다.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연구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과학기술기본법' 제28조 및 동법 시행령 제42조의 2항과 '국가연구개발 시설·장비 관리 등에 관한 표준지침' 제21조, 제31조부터 제34조까지에는 3000만원 이상 시설장비와 3000만원 미만이라도 공동활용이 가능한 시설장비는 ZEUS 또는 NTIS(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에 등록해야 한다고 고시하고 있다. 연구기관의 장에게는 공동활용 시설장비를 용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ZEUS의 온라인 시설장비 예약체계 활용, 시설장비 이용료 산정기준 마련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출연연 한 관계자는 "보유하고 있는 시설장비 대부분이 내부활용도가 높거나 특수목적용 장비로 자체 특화된 연구에만 전용되고 있다"면서 "가령 지하실험연구단, 초강력레이저 연구단 등 독자적인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 연구장비 공동활용 허용률이 다소 낮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13년부터 ZEUS를 통해 연구장비 활용을 민간까지 폭넓게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 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시절에는 ZEUS 적용 대상을 전체 연구 시설·장비로 넓히겠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과기정통부에 들어서는 관련 킥오프(kick-off) 회의를 개최하는 등 연구장비 고도화를 위한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다. 하지만 연구현장의 피부에 와닿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출연연들의 연구장비 관리 사각지대를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출연연의 연구장비 유휴‧저활용률은 2013년 4.1%에서 2016년 19.4%로 늘어났으며, 연구장비 전담인력도 1인당 많게는 200대의 장비를 담당하고 있어 연구효율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정부의 정책이 구호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과기정통부는 올해 출연연들의 예산을 대폭 늘렸다. 대표적으로 1200여점의 연구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올해 연구운영비 지원 사업 예산은 지난해보다 145억 500만원 증액된 2540억 2700만원으로 편성됐다. 이 가운데 장비·시스템 구축비는 213억 7000만원 늘어난 543억 4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수백억원의 국가 예산이 투입된 장비가 공동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계 고위 관계자는 "과거부터 연구현장에서 활용도가 떨어지는 장비 인프라를 민간에 공유해 R&D 생산성을 공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았다"며 "정부가 막대한 예산만 투입하고 촘촘한 사후관리가 없는 것은 안하느니만 못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