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으로 2020년까지 최대 33만6000명의 고용이 감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5일 한국경제연구원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향상과 자본 가동률이 확대되지 않는다면 2019년 약 10만3000개, 2020년에는 약 23만3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계약 형태별로 2020년 정규직이 13만2000개 이상, 비정규직이 10만개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2020년 중소기업의 일자리가 17만2000개 감소하고, 대기업의 일자리가 6만1000개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비정규직이 약 9만3000개 줄어 들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한번 고용하면 해고가 어렵기 때문에 기업은 신규고용보다는 제품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이 경우 가격 인상에 따른 판매량 감소가 우려된다. 결국 시간당 임금상승률만큼 가격을 인상할 수 없다면 생산이 줄고 고용이 감소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게 한경연의 분석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고용이 감소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생산성은 현재보다 평균 1% 더 증가해야 하고, 자본 가동률은 기존보다 약 5% 증가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추정하고 있다.
한경연은 투자 촉진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등을 통해 자본 가동률을 높이는 것이 고용유지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개혁을 통해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최신 장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하며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현행 2주~3개월에서 3개월~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경연은 또 근로시간 단축이 고소득층 소득 증가에 따른 소득재분배 악화가 아닌 저소득층 소득 감소에 따른 소득재분배 악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고용을 늘리고 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에 따르면 생산성과 자본가동률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지니계수는 약 7.0~7.9%, 5분위 배분율은 약 19.7~21.3% 증가한다. 이는 저소득층에게 더 큰 소득 감소를 유발한다. 지금까지는 모든 계층이 소득이 증가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의 소득 증가율이 커 소득재분배가 악화됐다면 근로시간 단축은 ‘질적으로 나쁜 소득재분배 악화’를 초래한다는 얘기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노동생산성 향상과 자본 가동률을 최적화하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역점을 둬야한다”며 “규제개혁, 노동개혁,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등 제도개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근로시간 단축도 최저임금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