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삐에로쑈핑' 1호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B급 감성 물건들이 760평 규모에 이리저리 진열돼있었고 점원들은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바삐 매장을 돌아다녔습니다.
일본은 한국보다 저성장, 고령화를 먼저 겪은 나라입니다. 소비시장이 쪼그라들고 유통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특히 일본 백화점은 2000년 이후 16년 연속 역성장을 할 정도로 처참한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1980년에 설립된 돈키호테는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며 성장했습니다.(2016년 매출액은 7천596억엔) 일본인뿐만 아니라 여행객들의 필수 여행 코스로 탄생했습니다. 돈키호테는 연간 550만명 이상의 외국인 여행객이 방문합니다. 이는 외국인 여행객 2명 중 1명은 방문하는 수치입니다. 돈키호테는 매장 안에 환전 자판기를 설치까지 했습니다.
진열대 구성은 직원에게 맡깁니다. 그냥 시키는 정도가 아닙니다. 권한과 예산을 모두 맡기고 진열대에서 발생한 수익도 직원과 배분합니다. 놀라운 점은 아르바이트생이라도 똑같은 권한을 준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영방식이 진열대를 개성있게 만들고 혼란스러움을 극대화 합니다. 아르바이트생도 게임 하듯 진열대를 꾸미고 고객에게 자랑합니다. 특이한 진열대는 인터넷 밈으로 온라인 이곳저곳에 퍼지며 홍보효과도 누립니다.
월급 받으면 삐에로쑈핑으로 간다!(ft.돈 쓰는 지옥)
삐에로쑈핑은 한국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요? 더 나아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요?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삐에로쑈핑 후기라며 "삐에로 삐에로 삐에로 삐에로 쑈핑 삐에로 삐에로 삐에로 삐에로 쑈핑"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만큼 정신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삐에로쑈핑은 혼란스럽고 잡다하면서도 이곳이 아니면 못 살 것 같은 물건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SNS에 올라온 반응을 종합해보면 '혼란스럽긴 하지만 돈키호테보다 덜하고 가격은 생각보다 비싸지만, 무엇인가 사게 만든다' 정도입니다. SNS에 삐에로쑈핑 인증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삐에로쑈핑이 돈키호테 같은 분위기를 얼마나 잘 구현했는지 직접 확인해보자는 심리도 삐에로쑈핑을 찾아가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삐에로쑈핑과 관련된 트위터 반응을 모아봤습니다.
담주에 월급받으면 삐에로쑈핑가서 질러야지 트친들 먹을거 거기서 사야지~
— 예달(곰앙글) (@LoeyNoey) 2018년 7월 4일
삐에로쑈핑 후기
— 64비트여우밍 (@64) 2018년 6월 30일
삐에로 삐에로 삐에로 삐에로 쑈핑 삐에로 삐에로 삐에로 삐에로 쑈핑 삐에로 삐에로 삐에로 삐에로 쑈핑 삐에로 삐에로 삐에로 삐에로 쑈핑 삐에로 삐에로 삐에로 삐에로 쑈핑 삐에로 삐에로 삐에로 삐에로 쑈핑 삐에로 삐에로 삐에로 삐에로 쑈핑 삐에로 삐에로 삐에로 삐에로 쑈핑
삐에로쑈핑이 코엑스에 있는거였어...? 와 진짜 이장소랑 안어울린다 존뜬금
— Wonderwall (@Masterplanmong) 2018년 6월 30일
코엑스에 삐에로쑈핑 꼭 가요 다들 ㅜㅜㅜㅜㅜㅜ pic.twitter.com/tOmMYih3Bl
— 복 아 (@0BH0506) 2018년 6월 29일
지하철 2호선에서 담배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삐에로쑈핑 흡연실 모습>
애연가 사이에서 삐에로쑈핑의 흡연실이 최대 화두처럼 보입니다. 한 누리꾼은 "청정 지역인 코엑스에 무려 흡연실도 있다!"면서 반색했습니다. 평범한 흡연실이 아닙니다. 2호선 전철 실내를 구현한 흡연실입니다. 전철 중간에 떡하니 재떨이가 있어 애연가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줍니다.
삐에로쑈핑의 성공과 실패를 벌써 이야기할 시기는 아닙니다. 돈키호테의 성공에는 의외성과 혼란스러움, 다양성은 물론 현지인이 아닌 외지인 혹은 외국인의 유입과 그들의 수요를 적극 반영한 유연성에 있습니다. 훗날 일본 여행객이 삐에로쑈핑 때문에 한국에 오는 날도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