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유통업계에서 최고의 아이디어를 가진 ‘콘텐츠왕’이다.”
2017년 9월, 신세계그룹의 첫째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 합작사인 미국 터브먼사의 로버트 터브먼 회장이 한 말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보이며 신세계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명예회장의 막내 딸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1남 1녀 중 첫째다. 1968년생인 그는 외사촌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서울 경복고 동기동창이다. 서울대 서양사학과 재학 도중 유학을 떠나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12월 신세계그룹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입사해 재계에 신세계 2세 경영자임을 공식화했다. 1997년 그룹 기획조정실 상무로 승진, 신세계백화점 및 그룹 경영지원실 부사장을 거쳐 2006년 12월 신세계그룹 총괄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랐다. 이듬해 3월 주주총회에서는 이마트 대표이사로 선임돼 15년 만에 신세계와 이마트 대표직에 올랐다.
2016년부터는 백화점과 면세점·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은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맡고, 정 부회장은 이마트를 중심으로 스타필드, 이마트24 등을 맡는 ‘남매 분리경영’을 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혁신 또 혁신··· 스타필드·노브랜드·PK마켓·삐에로쑈핑까지
정용진 부회장은 재계 젊은 오너들 중에서도 트렌드세터이자 얼리어댑터로 유명하다. 대중과의 소통 창구로 활용하는 인스타그램에서 그는 새로 맛본 음식, 최신 전자제품, 핫한 장소 등을 수시로 올린다.
이는 평소 그가 임직원들에게 “빠르게 바뀌고 있는 유통 환경에서 ‘혁신’이 필요하다. 신세계의 사명처럼 ‘세상에 없던 새로운 세상’을 선보여야 한다”는 철학에서 비롯된다. 소비 트렌드에 민감한 유통업체 수장으로서 SNS을 통해 그룹의 혁신과 비전을 넌지시 제시하곤 한다. 일례로 일본의 대표 H&B스토어 ‘돈키호테’ 방문 사진을 올린 이후 한국에서 ‘삐에로쑈핑’을 론칭했다.
특히 스타필드는 정 부회장의 혁신 역량이 총집결된 곳이다. 2016년 9월 문을 연 스타필드 하남은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노브랜드, PK마켓, 일렉트로마트, 토이킹덤, 베이비서클 등의 전문관과 다양한 판매시설, 아쿠아필드, 스포츠몬스터 등 체험공간, F&B(식음료매장) 등을 갖춰 복합 체류형 문화공간의 신세계를 열었다는 평가다.
글로벌 시장개척에도 정 부회장의 콘텐츠 전략은 통했다. 이마트는 중국 이후 베트남, 몽골 등으로 확장 중이고 이마트 PB(자체 브랜드)인 피코크는 홍콩과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프리미엄 마켓 브랜드인 PK마켓은 이르면 오는 5월 미국 LA에 단독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초저가 PB 전문점인 노브랜드 매장은 직영점에서 가맹점 사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편의점 위드미도 이마트24로 리브랜딩해 무서운 속도로 출점률을 높이고 있다. 제주소주를 인수해 ‘푸른밤 소주’를 론칭하면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2015년 T커머스 ‘신세계TV쇼핑’을 론칭한 이후 업계 2위 매출로까지 성장시켰다.
일련의 성과 덕분에 신세계그룹은 2017년 1월 재계 순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유통 부문만 주력하는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이뤄낸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