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부채와의 전쟁'에 속도를 내면서 올 상반기 기업 채무불이행(디폴트)도 눈에 띄게 급증했다. 올 들어서는 민영기업, 상장사로까지 디폴트 리스크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특히 최고등급인 'AAA' 회사채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중국 시장조사 업체인 윈드사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채권시장에서 기업 13곳에서 발행한 채권 25개에서 디폴트가 발생했다. 디폴트 액수는 전년 동기 대비 47.13% 증가한 253억100만 위안(약 4조2500억원)에 달했다고 중국 경제관찰보(經濟觀察報)가 1일 보도했다.
올 상반기 중국 채권시장에서는 민영기업의 채권 디폴트 발생이 두드러졌다. 디폴트가 발생한 채권 25개 중 16개가 민영기업에서 발행한 것이다. 이는 중국내 디폴트가 고조됐던 지난 2016년 2분기 둥베이철강, 광시유색, 촨메이그룹 등 지방 국유기업에서 디폴트가 집중됐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또 신규 디폴트가 발생한 7곳 중 5곳이 중국 혹은 홍콩 증시에 상장된 민영기업이다. 중국 내 디폴트 리스크가 상장사까지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AAA 등급 기업 채권도 '디폴트 안전지대'는 아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AAA 등급 기업 채권에서도 디폴트가 발생한 것. 중국 화신에너지(CEFC) 자회사인 상하이(上海)화신국제에서 발행한 채권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중국내 신용평가사로부터 AAA 등급을 받은 상하이화신국제 신용은 올 들어 갑자기 C 등급으로 내려앉았다. 이외에도 올 상반기 디폴트가 발생한 채권 중 AA 이상 등급의 기업에서 발행한 채권도 상당수였다. 이에 따라 중국 내 신용평가사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도 확산됐다.
올 들어 회사채 시장에서 디폴트가 급증한 이유는 2015년 정책적 지원 아래 기업들이 대량으로 발행한 채권 상환 만기가 2018~2019년 집중적으로 도래하는 데다가 중국 지도부의 부채 감축, 즉 디레버리징에 속도를 내면서 기업들, 특히 민영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중국 인민은행은 올 들어서만 중소기업 대출 지원을 위해 세 차례 맞춤형 지급준비율을 인하하기도 했다.
왕샤오샹(王霄翔) 궈위안(國元)증권 자산관리부 담당자는 "내년 말까지 중국 기업에서 디폴트가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며 "다만 아직까지 중국 채권시장 디폴트 비율은 1%를 밑도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에 따르면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거나 만기 이전에 재판매(셀다운) 예정인 민영기업 채권은 모두 7500억 위안어치다. 이는 하반기 전체 만기 도래 혹은 만기 이전에 재판매 예정인 채권의 23%를 차지한다. 2016~2017년 12% 남짓 수준이었던 것에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