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이 갈 곳을 잃은 채 '단기부동화'하고 있다. 실마리를 못 찾는 미·중 무역분쟁뿐 아니라 꼬리를 무는 신흥국 금융위기설도 위험자산 회피심리를 키웠다.
1일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머니마켓펀드(MMF) 129개에 올해 들어 6월 27일까지 순유입된 자금은 총 23조217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기간을 1년(2017년 7월~2018년 6월)으로 늘리면 순유출액이 11조원에 달한다. 즉, 올해 들어 MMF에 뭉칫돈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MMF 설정액은 올해 2월과 5월에 눈에 띄게 증가했다. 설정액은 1월에 114조원, 2월 121조원, 5월에는 120조원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3~4월에는 110조원대에 머물렀다. 대개 MMF 설정액은 분기 초반에 증가했다가 후반에 줄어든다. 그런데 올해에는 분기 중반인 2월과 5월에 총자산이 늘어났다.
그만큼 대외변수가 투자심리에 미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2월 미국발(發) 국채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이 전 세계 증시를 덮쳤다. 5월에도 미·중 무역분쟁과 신흥국 긴축발작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코스피는 2월에 5.03%(2566.46→2427.36) 하락했고, 5월에도 3.68%(2515.38→2423.01) 빠졌다.
채권형펀드 투자자도 방망이를 짧게 잡고 있다. 23개 초단기채권펀드에 올해 들어 1조7398억원이 들어왔다. 국내채권형펀드 순유입액(2조6206억원) 가운데 약 65%를 차지했다.
초단기채권펀드 가운데 중국 디폴트 사태에 노출돼 있는 상품에서만 자금이 빠져나갔다. KTB자산운용 'KTB전단채증권투자신탁'이 대표적이다. 1개월 만에 2540억원이 순유출됐다.
국내채권형펀드 수익률은 올해 들어 0.94%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주식형펀드(-5.47%)와 해외주식형펀드(-1.59%)를 모두 웃도는 성과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무역분쟁 우려와 외환시장 불안감이 주식시장을 억눌렀다"고 말했다. 박석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를 봐도 그나마 경기방어주만 선방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