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을 뒤덮은 먹구름이 짙어지면서 중국에도 어둠이 드리웠다. 올 상반기 A주는 물론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던 홍콩 증시도 맥없이 무너졌다. 증시 폭락, 줄어든 유동성, 증가하는 부채 리스크 등에 일각에서는 경제의 경착륙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다시 나온다. 일단 하반기의 시작인 이번주부터 고비다. 오는 6일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내던진 고액의 관세가 실제 부과될 예정으로 치열한 공방전이 실제 전쟁으로 가시화돼 상황이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증폭됐다.
◇ '급락'과 개혁의 A주....이번주도 '불안'
중국 A주는 연초 일시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고 조정장을 거듭했다. 최근 시중 유동성 급감, 무역전쟁 가열 등 대내외 악재로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 붙어 주가가 폭락하면서 상하이종합지수의 상반기 낙폭은 13.90%에 육박했다.
선전성분이 15.04%, 대형·우량주로 구성된 상하이·선전 300지수도 12.90% 고꾸라졌다. 중소·벤처기업이 상대적으로 선전하면서 창업판 낙폭은 8.33%로 한 자릿수를 보였다.
연고점 대비로는 낙폭이 훨씬 가파르다. 올 1월 29일 기록한 연중 최고점에서 상반기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6월29일까지 하락폭은 20% 가량이다. 시가총액 기준 약 2조 달러(약 2229조원)가 그대로 증발한 것이다. 중국 시장이 크기 때문이지만 그만큼 충격도 크다는 의미다.
미국의 보호무역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속도가 빨라지면서 신흥국 증시가 폭락했고 약 8조 달러의 시총이 증발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보도했다. 이를 근거로 판단해보면 이 중 25%가 중국에서 사라졌다는 뜻이다. 낙폭이 20%까지 커지면서 중국 증시는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했다. 침체기가 시작됐다는 '선고'가 내려진 셈이다.
올 상반기 중국 A주의 또 다른 특징은 개혁과 개방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문은 신경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공개(IPO) 문턱을 대폭 낮추고 중국예탁증서(CDR) 도입으로 해외 증시 상장 하이테크 기업의 회귀, 유니콘의 동시상장을 유도하며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6월 1일 중국 A주 226개 종목이 MSCI 신흥시장 지수에 포함된 것도 긍정적인 성과다. 시장 악화로 크게 힘이 되지는 못했으나 중·장기적으로 자금 유입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 건전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좀비기업', '부실기업' 퇴출을 유도할 상장폐지제도를 개선하고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시작한 것도 중대 개혁 중 하나라고 신문은 꼽았다.
중국 국내에서는 이러한 변화와 안정된 중국 경기 펀더멘털을 언급하며 하반기 중국 증시가 바닥을 찍고 서서히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심지어 초상증권 관계자는 "2018년 하반기가 A주가 진정한 불마켓(강세장)에 진입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의 부진이 실물경제까지 타격을 주면 상황이 달라진다.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기둔화까지 심화되면 증시 등 금융시장에서 돈이 더 빠져나갈 수 있다. 이는 다시 투자, 소비를 위축시키고 경기 둔화를 가속화 한다. 중국 경제의 '잠재적 폭탄'으로 여겨지는 부채 리스크도 터져나올 가능성이 있다. 경착륙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일단 이번주 주가는 출렁일 전망이다. 오는 6일(현지시간) 미국이 대량의 중국산 제품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도 오는 5일 중국 다롄(大連)항 입항 수입품을 마지막으로 미국산 대두 등에 25% 관세를 부과하며 본격적인 전쟁에 나설 예정이다. 무역전쟁의 충격이 한층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
5일에는 인민은행이 예고대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지급준비율 인하'를 실시한다. 약 7000억 위안의 유동성이 공급될 예정으로 무역전쟁 등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고 기업의 자금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시작은 좋았는데....항셍지수 어디로 갈까
올 상반기 홍콩 증시는 '용두사미'라는 네글자로 요약할 수 있다고 홍콩경제일보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지난 1월 29일 33484포인트라는 역대 최고점을 기록한 후 가파른 내리막길이 시작됐고 3.2%(964포인트)가 하락한 채로 상반기를 마쳤다. 그 전까지는 등락을 거듭하는 양상이었지만 미·중 무역전쟁, 글로벌 불확실성 증가 등의 영향으로 6월 한달 낙폭만 5%에 육박했다.
하락세 지속에 따라 이번주 기술적 반등이 있을 수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 본격화 등 불확실성이 커 전망은 밝지 않다.
장강증권자산컨설팅은 "투자자의 리스크 수용력이 여전히 부족하고 무역전쟁 중단 여부도 불확실해 항셍지수가 올 하반기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노무라증권은 항셍지수 주가 전망치를 기존의 13300에서 무려 12% 낮춘 11700으로 조정했다. 29일 항셍지수 마감가는 28955.1로 이는 파격적인 전망치다. 항셍지수가 가파른 내리막길을 지속할 것이며 심지어 하락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무라 관계자는 "무역갈등이 여전하고 투자자도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지정학적 우려도 큰 상태"라고 분석했다. 미·중 관계가 크게 개선되거나 최근 '완화'로 기운 인민은행이 대대적인 통화완화에 나서지 않는 이상 상승 변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노무라증권 외에 모건스탠리도 지난주 27일 항셍지수의 12개월 후 전망치를 기존보다 10% 낮춘 27200으로 조정했다.
당시 모건스탠리는 "금리 상승, 위안화 절하와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이 아시아 전체 경제 성장과 기업 실적을 위협하고 있다"고 하향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홍콩달러가 달러화 변동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고 또 상장사의 실적은 중국 의존도가 커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