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관심 법안①] 힘 실리는 상법개정안…재계 "투기자본 공격 무방비"

2018-06-27 07:00
  • 글자크기 설정

20대 국회 총 47개 상법 개정안 계류

감사위원 분리선출·집중투표제 '핵심'

6·13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민주당 의석수는 기존 113석에서 130석으로 늘어난 데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16석)·정의당(4석)·민중당(1석)·무소속(2석)까지 더하면 '여대야소(與大野小)' 국면이 됐다. 20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이 마무리되면 곧바로 여야는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보험업법 개정안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 △유통법 개정안 등 재벌개혁 핵심 법안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일 예정이다. 법안들의 주요 내용과 본회의 통과 전망, 재계에 미치는 영향을 톺아본다. <편집자 주>

6·13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가운데 상법 개정안 등 주요 재벌개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9월 정기국회 통과가 추진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은 소액 주주 권리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경제집중을 해소하려는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법안'이다.

2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 계류된 상법 개정안은 총 47건이다. 논란이 되는 상법 개정안에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 의무화 등이 담겨있다.

먼저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는 각 기업이 독립적인 감사위원을 별도로 선임하면서 총수 일가를 포함한 대주주의 지분율을 3%까지만 행사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뽑을 때 1주에 1표를 행사하는 게 아니라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가져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쉽게 말해 이사를 3인 뽑을 때는 1주당 3표를 행사하는 것이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임직원을 상대로 소송할 수 있게 한 제도로 자회사 경영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모회사가 손해를 입었을 때 가능하다. 예를 들어 A금융지주회사 주주가 계열사인 B은행 경영진을 상대로 책임을 묻는 것을 말한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직접 주주총회에 출석하지 않거나 의결을 위임하지 않더라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의결권 등을 행사하는 일종의 '온라인 투표제'다.

이들 제도는 모두 소수 주주의 권익을 강화하고 대주주의 경영권 남용을 견제한다는 측면에서 핵심적인 경제민주화 과제로 꼽혀왔다.

전문가들은 이 중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와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견제하기 위한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지배주주가 아닌 일반 주주가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지배주주를 감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상법 개정안의 취지"라며 "이를 위해선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와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는 기업 지배주주가 모든 이사를 자기가 원하는 사람으로 선임할 수 있는데, 이 제도들을 도입함으로써 지배 주주에 대한 감시와 규율을 더 쉽게 하고 그 가능성이 높아지도록 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는 지난 4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 검토 의견 보고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 국회 계류 중인 상법 개정안 가운데 법무부 안과 가장 유사한 안은 김종인 전 의원이 2016년 7월 발의한 안이다.

법무부는 이번 의견서에서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의 상장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중대표소송은 모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0.1%(비상장사는 1%) 이상 주식을 가진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들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고 2013년 법무부가 입법예고까지 했으나 재계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재계는 정부 추진 방향대로 상법이 개정되면 국내 주요 기업들의 경영권이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며 우려한다.

기업지배구조 규제를 법으로 강조하기보다 유연하게 적용하면서 투자자의 판단에 맡기도록 해야 한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혁신 팀장은 "과거 소버린 사태에서 보듯이 외국계 헤지펀드는 단기 이익만을 추구하고 기업의 장기적 투자·성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이렇게 되면 과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반도체에 투자한 것과 같은 한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기업가 정신'을 해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