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빼고 다 갔다…러시아 월드컵 곳곳에 숨겨진 '중국 요소'

2018-06-2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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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다 등 중국 기업 4곳, 러시아 월드컵 정상급 스폰서로 등극

월드컵 기간 유커 10만명 방문 예상…기념품도 '메이드 인 차이나'

2016년 3월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왼쪽)과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후원사 계약을 체결한 뒤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완다그룹 홈페이지]


“러시아 월드컵에 중국은 축구 국가대표팀 빼고 다 갔다.”

월드컵 개막을 나흘 앞둔 지난 10일 중국중앙(CC)TV 유명 앵커인 바이옌쑹(白岩松)이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한 얘기다.
자세히 살펴보면 전혀 틀린 얘기가 아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이 14일 개막한 가운데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중국은 스포츠 외적인 부분에서 중국 요소를 곳곳에 투입해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 기업 스폰서 급증…'한자'로 도배한 광고 전광판

이번 월드컵의 경우 이탈리아, 네덜란드, 파라과이, 카메룬 등 전통 축구 강호들이 대거 탈락해 김 빠진 월드컵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후원사의 관심도도 역대 월드컵 중 최하위권 수준으로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큰 대조를 이뤘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은 월드컵 스폰서십을 자사 브랜드를 알릴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고 적극 투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월드컵 후원사는 △FIFA 파트너 △월드컵 스폰서 △서포터 등 세 종류로 구분된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중국 스폰서 기업은 태양광 패널 업체인 잉리(英利) 한 곳에 불과했지만, 이번 월드컵에는 중국 부동산 기업인 완다(萬達)가 최상위급인 FIFA 파트너로, TV 생산업체인 하이센스(海信·HISENSE), 휴대폰 제조사 비보(VIVO), 유제품 업체 멍뉴(蒙牛)가 월드컵 스폰서로 참여했다. 특히 2016년 3월 FIFA 파트너가 된 완다는 2018년 월드컵부터 2030년 월드컵까지 4번의 월드컵에서 FIFA 파트너로 활동할 예정이다.

◆유커, 기념품, 경기장 등…러시아 곳곳에서 포착된 '중국 존재감'

FIFA 공식 집계에 따르면 입장권 240만장 중 중국은 총 4만251장을 구입해 세계 9위를 차지했다. 중국 온라인여행사 씨트립(Ctrip·携程)은 21일 발표한 ‘2018 러시아 월드컵 관광소비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 월드컵이 열리는 동안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 10만명이 러시아를 방문하고, 30억 위안(약 5100억원) 이상을 소비할 것으로 추산했다.

러시아 월드컵 마스코트인 '자비바카'는 중국 남부 둥관(東莞)에 위치한 완구 업체에서 생산, 유통 등 모든 과정을 전담했다. 기념주화, 텀블러, 양말, 국기 등 월드컵과 관련된 모든 기념품도 중국 현지업체에서 생산했다. 마스코트를 제작한 푸더(孚德)라는 업체는 가격 결정권과 판매권도 일부 위임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 경기를 치르는 경기장의 냉방 시스템도 중국 제품으로 구성됐으며 내부 LED 조명도 중국 업체가 단독으로 공급하고 있다. 중국의 신생 엘리베이터 업체인 보린터(博林特)는 미쓰비시 등 유명 엘리베이터 업체를 누르고 신축 경기장 2곳의 엘리베이터 입찰에 성공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경제관찰망(經濟觀察網)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월드컵을 유치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대회를 통해 13만개 일자리 창출과 49억 달러의 재정 수입을 얻어 경기 회복세를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러시아도 이번 월드컵 개최를 통해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중국의 적극적인 투자는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경제적 반사이익을 극대화하고 국제적 지위를 향상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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