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은 칼집에 있을 때 잠재력을 발휘한다고 했던가. 보유세 개편이 발표되기 전까지만 해도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며 무거운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막상 칼을 꺼내들고 보니 시장반응은 냉랭했다.
오히려 수요자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대책 마련에 분주하거나 먹잇감을 찾아나서는 모양새다. 예상보다 보유세 인상폭이 적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세금 부담보다 시세차익으로 얻는 수익이 더 크기 때문에 집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게 이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양도세 중과가 시행됐을 당시에도 강남3구(서초구·강남구·송파구)의 고가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들은 대체로 매도보다는 보유를 택했다.
공시가격 합산 30억원 규모의 다주택자는 최고 37.7%를 부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이 31억8000만원 선인 용산구의 한남더힐 전용 235.31㎡는 원래 올해 부담해야 할 금액보다 449만6450만원 많은 1576만510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한남더힐이 추후 얻을 시세차익에 비해 보유세 1576만원은 부담으로 작용할 만큼 큰 금액이 아닐 수도 있다. 수억원대의 시세차익을 거두는 다주택자들에게 몇 백만원 더 내는 세금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고 섣불리 부동산 투자에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대출규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보유세 등 다주택자들의 발목을 잡는 규제들이 산재한 상황에서 섣불리 나서는 투자자들은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당분간 집값은 보합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편으론 수도권 내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은 보유세와 양도세 중과 부담을 피하기 위해 임대사업자 등록, 증여, 부부공동명의 등 다양한 대안을 찾아 또 다른 투자법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가 꺼내든 '보유세'라는 칼이 제 기능을 발휘할 것인지 아니면 '양날의 칼'이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