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군산조선소를 가동 중단한 지 1년이 됐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수주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데다 최근 해양사업부 가동중단까지 선언하는 등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군산조선소의 운명은 '일시 가동중단'이 아닌 '상당기간 폐쇄'로 기울어지는 모양새다.
2008년 지어진 군산조선소는 2016년까지 5000명 이상을 직‧간접 고용하면서 군산 경제의 4분의 1을 지탱한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현재는 최소한의 인력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군산시는 조선소 가동중단에 이어 올해 한국GM 공장마저 문을 닫으며 심각한 고용난과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전북도와 군산시 등은 최근 글로벌 발주 물량이 늘어나는 등 조선업황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군산조선소 조기 재가동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빠른 시일 내 재가동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군산조선소 재가동 문제는 현대중공업이 전략상 결정할 문제지만 시황이 개선되고 수주량이 늘어야 가동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울산 조선소에도 가동 중단된 도크가 있다"며 "이 도크가 모두 가동되고 시리즈 수주 등이 이뤄져 군산 조선소 가동의 효율성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산조선소의 재가동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는 현대중공업이 충분한 일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들어 5월까지 현대중공업의 수주금액은 19억1300만 달러에 머물렀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15.8% 늘어난 수치지만 올해 수주목표로 잡은 102억 달러에 비하면 20%에도 못 미친다.
수주 선박수를 기준으로 봤을 때도 올해 실적은 현대중공업의 기대를 하회한다. 현대중공업이 5월까지 수주한 선박 수는 19척에 불과하다. 앞서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올해 초 부산에서 열린 조선해양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올해 70척 이상의 선박을 수주하면 군산조선소를 재가동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를 달성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군산조선소의 재가동 계획을 세우기엔 이른 단계”라며 “연간 수주량이 70척 이상으로 유지되면 울산도크에 어느 정도 물량이 차고 여력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울산에서도 도크 2개가 멈춰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현대중공업이 울산 해양사업부의 가동 중단을 선언한 점도 군산조선소 재가동 희망을 흐리게 하고 있다. 강환구 사장은 지난 22일 담화문을 통해 오는 8월부터 해양사업부 가동중단을 공식화했다. 현대중공업은 1800명에 달하는 생산직 유휴인력 활용방안을 고민 중인데, 만약 이 인력을 조선사업부로 배치하려면 울산 조선소에서 확보해야 하는 일감이 늘어나야 한다.
현대중공업 측은 “해양사업부 인력 재배치 문제와 관련해선 정해진 바가 없다"며 "군산조선소 재가동과 연관성을 언급하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