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미·중 무역전쟁 등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달러 강세에 위안화 가치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은 절하가 지속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절하폭은 제한적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의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 변화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가 연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위안화 환율도 버티지 못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가 위안화가 아르헨티나 페소화, 터키의 리라화처럼 가치가 폭락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최근 미국 금리인상, 유로존 테이퍼링(양적완화 중단) 우려 등에 일부 신흥국에서 자금이 대량 유출하면서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도 폭락했다. 이와 함께 6월 아시아 위기 가능성이 부상하며 중국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증폭됐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관세폭탄 대항마로 위안화 절하를 내세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며 우려를 키웠다.
하지만 이는 중국 경기 악화를 독촉할 수 있고 당국의 '합리·안정적' 환율 유지라는 기조에도 어긋나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다만 대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위안화 가치 하락은 지속될 수 있고 절하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애론 콜리는 "최근 일부 헤지펀드가 3개월 안에 위안화 환율이 6.7위안 이상으로 오르며 절하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로 유동성을 공급할 뜻을 밝혔고 또, 위안화 절하를 어느 정도 용인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통화바스켓 대비 환율 안정에 방점을 두고 있어 달러대비 절하를 단기적으로 묵인하는 상황으로 이에 따라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6.6~6.7위안의 '합리적' 수준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
올 들어 중국 위안화가 예상 밖의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 대비 환율은 6.2위안대까지 하락한 바 있다. 강세 지속은 중국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거시경제 성장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통화 당국이 절하 지속에도 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탄탄한 경기 펀더멘털도 위안화 절하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언급됐다. 베이징청년보(北京靑年報)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미·중 무역갈등이 커지면서 위안화에 대한 부정적 심리가 확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중국 경제 펀더멘털이 안정적으로 장기적으로는 크게 우려할 필요없다"고 밝혔다.
어융젠(鄂永健) 교통은행 금융연구센터 수석금융 연구원도 "경기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위안화가 과도한 약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으로 이를 계속 주시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위안화 절하가 필요하다는 관점도 있다.
경제학자인 덩하이칭(鄧海淸)은 "위안화의 환율이 7위안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며 "미·중 간 대립, 엇갈린 통화정책, 달러 강세 속에 중국은 유럽·일본의 과거를 되새기고 합리적 수준에서의 위안화 절하를 용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4~2015년 유로화와 엔화는 달러대비 20%가량 절하됐지만 유럽과 일본 경제는 오히려 발전했다.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거래)센터는 전날 위안화 환율 변화를 반영해 22일 달러당 기준환율을 6.4804위안으로 고시했다. 6.5위안은 밑돌았지만 이는 전거래일 대비 0.15% 절하된 것으로 위안화 가치는 1월 12일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날 유로화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은 7.5206위안, 엔화(100엔) 대비 환율은 5.8944위안, 영국 파운드화 대비 환율은 8.5861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대비 원화 고시환율은 171.19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