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즉통(窮則通)!"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은 지난 달 초 경기도 모처에서 가진 무역협회 워크샵에서 이같이 외쳤다. 이는 궁한 처지에 이르면 헤쳐나갈 방법이 생긴다는 한자성어로, 대미 통상 문제 등으로 궁지에 몰린 무역업계를 위해 분발하자는 주문이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김영주 무역협회장의 정중동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회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전임자인 김인호 회장이 사퇴하자 보궐 선임돼 잔여 임기를 마쳤고, 지난 2월 제30대 회장에 재선임된 바 있다.
그는 취임한 지 8개월만에 첫 워크샵을 진행할 만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해왔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미국의 철강 수입 규제 등 각종 이슈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업계의 목소리도 대내외에서 앞장서 강변했다. 지난 4월 17일 역대 최대 민간 경제사절단을 꾸려 미국을 방문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포스코, 세아제강, 현대제철, 한화큐셀, 효성, SK 등 21개사에 업종별 단체 3곳 등 총 24곳이 참여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김 회장은 방미기간 동안 제프 게리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등 싱크탱크와 오피니언 리더들을 잇달아 만나 세이프가드, 무역확장법 232조, 반덤핑·상계관세 조치 등 보호무역에 따른 애로를 호소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아웃리치(대외접촉) 활동을 통해 민간 외교를 벌인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영주 회장이 관료 생활을 오래해 미국 관가와 친분이 두텁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당시에는 4대그룹이 포함된 경제사절단을 꾸려 동행했다. 재계가 베트남 사업의 활로를 늘릴 수 있도록 후방지원한 것이다.
그가 세계 무대에서 목소리를 내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요인으로는 30여년간 관료 경험과 풍부한 인적네트워크가 꼽힌다.
실제 김 회장은 2002년 재정경제부 차관보, 2007년 산업자원부 장관 등을 지냈고, 특히 2004년 참여 정부 당시에는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수석비서관으로서 문재인 대통령(당시 시민사회수석비서관)과 청와대에서 발을 맞췄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경제 분야에서 자문을 구하는 분 중 한 분이 김영주 회장이다"며 "실제 그의 정책 제언은 우리나라 경제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향후 김 회장은 무역협회가 벌이는 사업을 재검토 및 강화하는 등 내실을 다지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 재협상이 일단락되는 등 통상 이슈와 관련해 급한 불은 껐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김 회장은 중소기업의 해외 수출 지원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김 회장이 협회의 전반적인 사업을 개선하기 위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면서 "무역증진을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