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언론이 한반도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연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패싱' 우려에 시달리던 중국은 입지를 확대하고 북한은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만남으로 중국이 상당한 득을 봤다는 관점의 분석기사를 내놨다.
청샤오허(成曉河)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교수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만남으로 미국과 북한 사이의 갈등이 여전히 크고, 또,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앞으로 중국의 지지가 없다면 북·미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를 제대로 추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위대한 국가의 위대한 지도자이자 나의 친구인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회담 결과를 알리겠다. 그들이 기뻐하리라 믿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중국이 여전히 북한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알려준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덩위원(鄧聿文) 중국 차하얼(察哈爾)학회 연구원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중국의 목표이기도 하다"며 "앞으로 북한이 명확한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거나 핵폐기와 관련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혹은 미국이 평양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일 경우 중국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양국이 대화 등 평화적인 방식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자는 데 뜻을 모으고 미국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의사를 밝힌 것도 중국이 원하는 결과라는 분석이다.
덩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면서 "이는 중국이 거둔 큰 승리로 지금까지 중국은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 추진)을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SCMP는 또, 34세의 김정은 위원장이 훌륭한 협상의 기술로 대외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북한의 위상을 높임은 물론 실리까지 챙기며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몰두하던 '미치광이'가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팔을 가볍게 두드리는 등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 이러한 연출로 김 위원장의 대외적 이미지를 크게 개선하고 미국과 동등하게 대화하는 모습으로 북한의 위상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공동성명 내용으로 볼 때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양보도 얻어냈다는 분석이다. SCMP는 미국이 강력하게 주장해온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았고 한·미 연합훈련도 잠정적으로 중단되게 됐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고 밝혔다.
홍콩 명보(明報)도 13일 사평을 통해 비슷한 논조를 펼쳤다. 명보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약속을 하지 않았고 공동성명에는 CVID가 언급되지 않았으며 한·미 연합훈련은 잠정 중단됐다"며 "이는 김 위원장이 외교적으로 큰 승리를 거둔 셈"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완전한 체제 보장을 약속하고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선언한 것은 북한에게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선물이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주한미군 철수 의사까지 밝혔다면서 이에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김정은이 필요한 것을 다 얻은 만남"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주장하는 쌍중단과 쌍궤병행이 일련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북·미 관계에 여전히 변수가 많은 만큼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북한과 중국은 혈맹관계이며 향후 경제 발전과 대미 협상력 강화를 위해 특히 북한에게 중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북제재 완화도 제안했다. 사평은 "중국은 벌써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고 실제로 무역 제재 일부를 풀었다"면서 "미국은 비핵화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는 만큼 그동안 제재 완화도 없다는 입장이지만 진정으로 협상의 진전을 원한다면 북한에 보상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