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북미 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대응 시나리오는?

2018-06-1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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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새로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기대와 우려로 시작된 '세기의 담판'의 날이 밝으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큰 틀에서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의견은 조율됐지만, 세부적인 접근 방식은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인다. 북·미 간 정치·경제적인 속셈이 서로 다르고, 중국 등과 같은 주변국들의 이슈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지금 형세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줄타기 외교안보 전략이 적중하는 듯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원하는지, 시진핑 주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들의 요구를 적당히 들어주면서 북한의 이익과 안보를 극대화하고 있다. 미국으로부터는 체제 보장, 중국으로부터는 경제적 보장과 지원을 얻어내는 전략적 외교전술이 드라마틱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 이런 속내를 잘 아는 중국이지만 다른 대안이 없어 보인다.

북한이 미국과 거리를 두는 완충제(buffer zone) 역할을 하는데, 이를 결코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발걸음이 무겁지만 빨라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김정은 위원장의 싱가포르 직항을 위해 중국 고위급 전용기까지 지원하며 존재감을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일어날 긴박한 한반도 상황에 맞춰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의 대응 시나리오는 크게 정치·외교적 시나리오와 경제적 시나리오로 구분해서 이해할 수 있다.

첫째, 정치·외교적 시나리오는 남·북·미·중의 4자 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전방위적인 공세를 진행할 것이다. 합의문에 포함된 종전 이슈에 대해서도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결자해지(結者解之) 원칙을 내세우며 남·북·미 3자 간 종전선언의 가능성을 정면으로 반박할 것이다.

한국전쟁 정전협정은 1950년 6월 25일 발생한 한국전쟁의 종식을 위해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협정인데, 당시 미국 중심의 유엔군과 중국 그리고 북한 3자 간 서명한 것으로, 당연히 중국이 빠진 종전 협상은 무의미하다는 논리로 대응할 것이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20만명이 넘는 중공군 사망자와 실종자가 있었고, 약 40만명이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은 피해 당사자로서 중국을 제외한 종전 협의는 무효라고 주장할 것이 자명하다.

여기에 러시아도 구소련이 한국전쟁에 참여했기 때문에 중국을 도와 목소리를 함께 낼 것이다. 최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러한 논의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제기된다.

결론적으로 한반도에 중국이 일정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이 참여하는 남·북·미·중 4자 간 단계별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협의체 구성을 강력히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명분을 위해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반기고 있지만 북한이 미국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 따라서 만약 회담 결과가 중국이 제외된 그들만의 스토리로 진행된다면, 중국과 러시아는 더욱 강력한 어조로 불만을 토로하고 중국 역할론의 당위성과 타당성을 제기할 공산이 크다.

둘째, 경제적 시나리오는 어떨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북 경제원조와 관련, 미국은 재정 부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지원은 이웃 국가인 한국, 중국, 일본이 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와 같이 철저히 정치적 명분과 경제적 실익을 챙기려고 할 것이다.

결국 미국은 한반도 평화의 해결자인 것처럼 생색만 내고 경제적 이익 극대화를 위한 민간기업의 대북투자 장려를 제외한 미국정부 차원의 직접적인 경제지원은 한국, 중국, 일본에 공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은 직접적인 경제지원을 위한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검토할 것이다. 세간에서 회자되는 중국의 덩샤오핑식 모델 vs 베트남의 도이모이(doimoi)식 모델이 아닌 북한식 개혁·개방 모델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이 두 모델의 방향성은 대동소이하다. 공산주의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 경제적으로는 시장을 개방하고 해외자본을 유치해 경제성장을 이룬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식 개혁·개방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자금과 기술, 인적 자원 등을 지원할 것이다. 사실 북한식 모델이라고 하나 그 핵심과 성장 방식은 중국이 지난 개혁·개방 40년간 해왔던 경제개발특구 모델이 근간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나선특구 및 황금평 등 기존 5개 경제특구 외에도 김정은 위원장이 새롭게 지정한 경제개발특구가 20여 곳이나 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에 북한식 흑묘백묘(黑猫白猫) 성장모델을 제시하고, 그런 성장을 돕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경제적 지원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북·중 정상회담에서 어느 정도의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중국 주도의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이 발주하고 중국 국영기업이 북한 인프라 건설에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 경제 성장을 돕는다는 명분도 있고 시멘트·철강·비철금속 등 공급과잉으로 인한 자국 국유기업 부실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결국 미국 주도로 남·북·미 구도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지속될수록 중국의 한국에 대한 간접적인 불만이 쌓여갈 것이고, 이는 사드 몽니 이후 제2의 중국판 몽니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중국이 동참할 수 있는 공간 확보를 위한 노력이 부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또한 한반도가 향후 동북아 경제 가치사슬의 중심으로 성장하기 위해 북한 이슈를 지렛대로 활용하는 지혜와 혜안이 필요하다.

박승찬 소장/교수
중국 칭화대 경영학 박사
전)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 경제통상관
전) 미국 듀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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