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서 북핵 폐기 핵심인 핵사찰 '가시권'

2018-06-0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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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단계적 비핵화 접근' 시사

IAEA “몇주내 북한 핵 사찰 시작할 수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시설 폭파순간 목조 건물들이 폭파 되며 산산이 부숴지고 있다. 이날 관리 지휘소시설 7개동을 폭파했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따라, 북핵 폐기의 핵심 절차인 핵사찰도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북한 비핵화 방법론으로 '일괄타결'을 강조하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단계적 접근'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이는 수십년 간 쌓아온 북한의 핵기술과 핵프로세스, 핵탄두 등을 한번에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일부 핵탄두 반출이 북한 비핵화의 시작이며, 북·미 수교는 최종 종착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화적 美, 달라진 비핵화 스탠스

미국 측이 북한 비핵화를 대하는 스탠스가 다소 유화적으로 바뀌며, 북한 비핵화 로드맵에 어떤 시나리오가 담길지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북한 비핵화를 다룰 것을 밝힌 만큼, 과거 ‘핵동결-핵사찰-핵탄두 반출’의 비핵화 수순은 아닐 것으로 전망된다. 핵탄두 반출이 선행될 수도 있고, 그에 따른 미국의 보상도 뒤따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CVID)와 완전한 체제보장(CVIG)을 위한 과정은 2020년께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20년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거를 치르고, 북한에선 국가경제개발 5개년 전략이 마무리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 사찰단이 북한에 들어가 핵프로그램과 핵시설, 핵무기 현황을 확인하는 사찰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고도화될 대로 고도화된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이 비핵보유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 핵사찰 주체를 핵보유국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북한의 최종적인 비핵화를 국제적으로 공인하기 위해 핵사찰 주체가 IAEA가 돼야 하고, 미국 등 관계국은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IAEA "사찰 준비됐다"

IAEA는 4일(현지시간) 북핵 폐기에 대한 관련국의 합의가 나오면 “몇주 내 사찰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마노 유키야 사무총장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AEA 이사회에서 “우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논의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는 중이다. 관계국 사이에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면, 북한 핵 프로그램을 검증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만들어진 ‘북한팀’은 임무가 생길 경우,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왔다. 몇주내 사찰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IAEA는 핵이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57년 만들어진 유엔 산하 국제기구다.

IAEA는 지난해 8월 핵 계획 검증시 중심 역할을 하는 조직인 '북한팀'을 만들었다. 북한팀은 위성사진 등을 이용해 영변 등 북핵 시설을 감시하는 한편 사찰에 대비한 기술적 준비를 해왔다.

[사진=연합/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계는 여전···유엔 상임이사국 참여도 불가피

IAEA의 핵사찰은 기본적으로 피사찰국이 신고한 핵시설 등에 대해 검증한다. 피사찰국이 핵물질이나 핵시설 등을 축소 신고할 경우, 제대로 된 사찰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실제 1991년 남북의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에 따라 실시된 1992년의 북핵 사찰 당시, IAEA는 북한의 불법적 핵활동에 관한 특별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미국의 위성사진 공개로, 북한에 은폐된 미신고 시설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IAEA는 비슷한 시기 북한의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채취한 샘플을 분석, 북한이 신고한 플루토늄 추출량과 IAEA의 추정치 간에 ‘중대한 불일치’가 존재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런 사실이 발각되자 북한은 사찰을 거부했고, 이후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했다.

북한은 스스로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을 정도로 핵무기 기술이 고도화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무기급 핵탄두 20∼30기를 보유한 것으로 분석돼 핵사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IAEA의 사찰에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중 일부 국가의 핵 전문가에 의한 사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사찰 및 이후 핵 폐기 과정에서 소요될 막대한 자금과 인력이다. 1960년대부터 꾸준히 발전해온 북한의 핵 능력을 말끔히 제거하는 것은 10년 이상이 필요한 복잡한 과정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적 핵물리학자인 시그프리드 헤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의 비핵화 작업을 끝내는 데 최장 15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IAEA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핵 전문가의 수는 한정돼 있다. 본격적인 사찰을 위한 인원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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