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1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완전히 궤도를 찾았으나 미국이 원하던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 전망은 낮아졌다고 미국 매체들은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사로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면담 후 당초 강조했던 것보다 더 느리고 단계적인 비핵화에 협상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북·미 정상회담의 기대와 문턱을 낮춤으로써 회담이 실패로 끝나고 북·미 긴장이 다시 고조될 위험을 낮추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하는 동안에는 추가 대북 제재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며 "최대한의 압박"이라는 말도 더 이상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공식적으로는 처음으로 한반도 종전협정을 언급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의 유력한 구체적 성과로 띄우는 모습이었다.
다만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적 제스처에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주요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도 받지 않은 채 회담 전부터 북한에 양보하는 모습이 강조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는 NYT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무기나 (비핵화) 프로세스의 시작과 관련해 아무런 진전 없이 오직 '알아보기 위한 목적'의 정상회담을 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을 따뜻하게 환대하고 김 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는 모습은 북한에 선전 효과를 가져다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그토록 비난하던 이란 핵협상보다 더 못한 결과를 낼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미국이 과감한 외교적 접근법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 궤도를 되찾았다는 점에서 기대감도 적지 않다.
미국외교협회(CFR)의 리처드 하스 연구원은 "바라건데 긴 프로세스의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CNBC에 "아직 노벨상을 주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핵전쟁의 위험이 얼마나 높았었는지를 감안하면 상당히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