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곤조곤한 말투 속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IBK기업은행에서 여성 최초로 여신정책을 총괄하는 최현숙 IBK기업은행 부행장 이야기다.
최현숙 부행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후배들이 빛날 수 있도록 지원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입행을 목표로 달려온 것은 아니다. 어릴 때에는 현모양처가 되는 게 꿈이었다. 대학생 때 교수님이 추천한 입행이 지금의 최 부행장을 있게 했다. 그는 "당시 정부 시행 여성 행원 특채 1호였다"며 "그래서 더욱 잘해야 한다는 소명감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래서일까. 그를 바라보는 주변 시선도 만만치 않았다. 행원 때는 '잘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리더의 자리에 올라서도 이 고민은 이어졌다. 최 부행장은 "입행 초기에는 내 자신을 믿지 못했고, 또 리더가 된 후에는 과연 자질이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고비를 이겨냈다. 그는 "평소 무모하리만큼 자신감에 차 있는 사람이고, '잘될 거야'라는 암시를 많이 한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조직이 저에게 많은 투자를 해줬다"며 "미리 걱정하지 않고 좋은 기운이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유리천장'을 크게 느끼진 않았다고 최 부행장은 밝혔다. 그는 "예전엔 결혼하면 그만두는 게 흔했기 때문에 현재 윗기수 선배는 없다"면서도 "앞서 선배들이 (유리천장을) 많이 뚫어준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리천장을 크게 느끼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남성 중심이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서 더 열심히 했다"고 회고했다.
최 부행장은 미혼이다. 다른 여성 직원들처럼 결혼을 하지 않았기에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거저 주어진 게 아니다. 최 부행장은 "본인 능력의 120%를 일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타인들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요즘에는 속도를 낮춰 주변을 챙길 여력이 생겼다. 그는 "채근담에 보면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하라'는 글귀가 있다"며 "이처럼 나 자신에게 엄격한 편이었지만 쉰살이 되면서 조금 여유가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엔 후배들의 앞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낀다. 최 부행장은 "임명장을 받을 때 '별을 더욱 빛나게 하는 까만 하늘이 되겠다'라는 말을 했다"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 후배들의 배경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