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정책 전개에 박차를 가하던 정부가 느닷없는 소득분배 통계지표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분기별 소득분배 지표 공개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재부와 여당의 압박에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가 예상과 달리, 최악의 양극화 상황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여당의 무리한 지표 산출이 오히려 제 발등을 찍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 결과 1분기 배율은 5.95배에 달해 2003년 통계 집계 이래 사상 최고수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전국 2인 이상 가구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높으면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의미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만에 받은 경제성적표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경제성장의 핵심 축으로 추진한 정부로서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데, 공개를 하는 바람에 좋지 않은 성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동향조사 개편에 따라 소득관련 지표가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변화됐다.
이 과정에서 가계동향 조사가 지출 중심으로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에 이용되며 연간소득 발표로 대체, 이 같은 처분가능소득 지표 역시 분기별로 발표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정부뿐 아니라 정치권에서 요청이 있어 발표자료의 첨부자료로 내놓은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권은 더불어민주당인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와 여당의 이 같은 요구는 지난해 4/4분기 지표가 상당부분 개선되는 모습을 연출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분기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4/4분기에 4.61배로 나타나면서 2016년 2/4분기 이후 최저수준을 보였다. 정부로서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역시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소득주도 성장에서 지난해 4분기 가계 실질소득이 9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하는 등 반가운 지표가 나왔다"며 "올들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취약계층 소득 여건이 개선되는 성과를 보이고, 일자리 안정자금도 184만명 넘어 107만명이 돈을 받기 시작하는 등 안정적인 모습"이라고 반겼다.
이렇다보니 이번 1분기 소득 관련 성적도 긍정적인 수치로 산출될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주재한 ‘가계소득 동향 점검회의’ 역시 이같은 정부의 빗나간 예측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열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책면에서 볼 때 소득주도성장의 한계가 분명한데 정부가 작은 '시그널(4분기 분기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에 격앙됐던 것은 아닌가 싶다"면서 "그렇다보니 정책 보완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하지 않아도 될 발표로 제 발등을 찍은 것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